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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와 통상 리스크: 관세·수출통제·산업정책 3중 변수

미국 통상 재편,
한국 기업의 선택
데보라 엘름스(Deborah Elms) 힌리히재단 무역정책 총괄

관세와 무역구제 수단을 앞세운 미국의 통상정책 재편이 아시아의 공급망과 투자 지형을 바꾸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기업은 어디에 생산하고, 어떤 시장과 협정을 활용해야 할까. 데보라 엘름스 힌리히재단 무역정책 총괄에게 미국 통상정책의 향방과 중간선거 이후 변수, CPTPP의 전략적 의미와 한국의 대응 과제를 물었다.

정리 김나연

사진 신규철

표창희 이미지
Profile
데보라 엘름스(Deborah Elms)

데보라 엘름스는 싱가포르 힌리히재단의 무역정책 총괄로, 아시아와 글로벌 통상정책을 연구해 온 무역 전문가다. 힌리히재단에 합류하기 전 아시아무역센터를 설립해 이끌었으며, 아시아비즈니스무역협회 회장과 세계경제포럼 무역·투자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무역정책과 통상협상, 공급망과 경제질서를 둘러싼 주요 이슈를 분석하며 국제기구와 각종 글로벌 포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국 통상정책의 방향과 선거 변수

Q. 최근 미국은 강제노동·과잉생산능력 관련 조사 등 301조를 활용한 무역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IEEPA 관세를 무효화한 이후, 행정부는 232조, 301조, 122조 등으로 관세 권한의 근거를 옮겨가며 조치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현 통상정책 기조를 어떻게 진단하시며, 후반기 통상정책의 중점 사항은 무엇이라 예상하십니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일관된 사안은 많지 않지만, 양자 무역적자만큼은 수십 년간 줄곧 문제 삼아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너무 오랫동안 세계 각국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갖고 2025년 백악관에 복귀했으며 수입 관세를 가장 선호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미국에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무역 균형을 재조정하기 위해 다양한 통상·관세 수단을 동원했고, 여러 목적을 위해 이를 미국의 모든 교역 상대국에 적용해 왔습니다.
법적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통상 수단을 동원하는 방식은 남은 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려 했고, 미 대법원이 IEEPA를 활용한 관세 부과를 금지했지만 이조차 트럼프 행정부를 위축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나섰고, 최근에는 캐나다를 상대로 1930년에 제정된 제338조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338조는 대공황의 한 원인으로 널리 지목되는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에 포함된 조항으로, 오랫동안 악명 높은 조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의 대응

Q. 강제노동 관련 301조 조치로 대상 국가에는 추가관세가 부과된 반면, 대상에서 제외된 국가들은 추가관세 측면에서 사실상 무관세로 남았습니다. 의도치 않은 공급망 재편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신 대로 우려가 실제로 가시화되는 국면인데요. 이러한 재편이 아시아 각국과 역내 교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301조의 활용은 특히 우려할 만한 부분입니다. 이 수단은 법적 다툼이 벌어지더라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운용 방식도 상당히 유연합니다. 필요에 따라 관세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적용 범위를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미국의 60개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301조 조치는 일부 공급망에 분명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봅니다. 다만 60개 대상국 모두에 10% 또는 12.5%의 관세가 적용된 만큼, 대부분의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외국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301조의 다른 활용 사례는 공급망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미국은 브라질의 불공정 관행 의혹을 문제 삼아 301조를 적용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 EU, 캐나다 등 16개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는 과잉생산능력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치가 확대되면 더 많은 기업이 고율 관세가 적용되는 지역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과 생산 거점을 재편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관세를 회피하고 정책 인센티브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아시아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다만 정책 변화가 잦은 환경에서 이것이 늘 안전한 선택은 아닐 텐데요. 아시아 기업이 대미 투자를 포함한 생산·조달 거점을 재편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재의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투자한다면, 기업은 앞으로 들어설 미국 행정부에서도 지금과 같은 관세 장벽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지금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기업들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높은 생산비용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런 비용 부담은 관세나 다른 형태의 보호조치가 계속 유지될 때에만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향후 이러한 조치가 사라진다면, 미국 투자의 사업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Q.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아시아 경제에 CPTPP와 RCEP 같은 복수국 간 지역협정, 그리고 ASEAN·인도·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 경제권 간 무역협력은 얼마나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개방형 복수국 간 협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복수국 간 협정은 이전에도 유용했지만, 이제는 중견국의 전략에서 사실상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주요 시장과의 통상·경제 관계에서 위험을 낮추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장치가 없다면, 중견국은 결국 강대국 간 경쟁에 홀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CPTPP와 같은 무역협정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대체로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고, 서비스와 투자 시장의 개방도 보장합니다. 이런 시장 접근 조건은 이전에도 중요했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은 그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높은 관세와 규제 준수 비용을 감당하면서 주요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에는 이러한 협정이 성장을 위한 핵심 경로가 될 것입니다.

“CPTPP 가입은 한국의 미래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세계 경제의 분절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은 대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시사점과 제언

Q. 한국은 미국의 301조 강제노동 건과 관련된 조치 이후, 과잉생산능력 조사 대상 등 301조 관세 조치 대상국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후자의 조치나 232조 조치는 여전히 우리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철강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미 간 합의된 15% 관세율 이외에도 한국 정부와 우리 기업이 주목해야 할 품목관세나 구조적 관세 리스크가 있다면 어떠한 리스크가 있으며, 기업은 이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이러한 우려는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FTA를 재협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한국에 불이익을 주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향후 미 행정부는 한국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데 지금보다 덜 적극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세가 계속 적용될 위험은 여전히 높다고 봅니다. 관세로 거둔 세수가 미 재무부로 직접 귀속되는 만큼,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앞으로 새로운 경제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들이 시장과 공급망을 다변화해 나갈 수 있게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미국 통상정책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CPTPP 가입은 어떤 전략적 의미를 갖습니까? 특히 일본·멕시코 등 한국이 양자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의 새로운 통상 경로 확보와 한국 기업의 공급망·해외 투자 전략 측면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CPTPP 가입은 한국의 미래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세계 경제의 분절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은 대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CPTPP에 가입한다면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양자 FTA는 대부분 기업이 활용하기에 지나치게 복잡해 더 큰 범위의 협정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개별 협정이 제공하는 혜택은 작은 반면, 여러 양자 FTA의 서로 다른 규정을 준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CPTPP는 역내 무역과 투자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경제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이 이 플랫폼 밖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Q. 같은 아시아 수출국이라 하더라도 미국과의 관계나 통상 여건은 각기 다릅니다. 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역내 경쟁국과 비교할 때 한국이 가진 상대적인 강점과 취약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 문제를 단순히 국가 간 강점과 취약점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같은 산업의 다른 나라 기업들과 비교해도 매우 강한 경쟁력을 보여왔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필요한 선택지를 얼마나 폭넓게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과 싱가포르는 이미 CPTPP 회원국이지만 한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는 모두 RCEP 회원국이지만 대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처럼 무역협정에 참여하고 있는지는 기업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에도 차이를 만듭니다. 이러한 협정은 회원국에 중요한 시장 기회와 비회원국이 누릴 수 없는 이점을 제공합니다.
물론 무역협정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대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 경영환경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전망과 대응 과제

Q.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해 한국과 다른 아시아 기업들이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통상정책 신호는 무엇입니까? 선거 결과나 이후 정책 방향과 관계없이 기업들이 무엇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미 의회와 다른 정치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바꾸는 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중간선거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바뀌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는 데 필요한 의석이 확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시아 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11월 선거에서 예상되는 공화당의 의석 손실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임기 마지막 2년에 접어들면 외교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내정치보다는 대외정책에서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관세 정책을 자신의 대표적 정책 유산으로 남기려 할 경우, 이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도 종잡기 어려운 그의 정책 행보는 임기 말로 갈수록 더욱 급박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