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배너

미국 중간선거와 통상 리스크: 관세·수출통제·산업정책 3중 변수

공화당이 의회를 잃으면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달라질까?
2026년 미국 중간선거 이후 통상환경과
한국 기업의 전략적 대응

기업인들이 미국 중간선거에 이만큼 관심이 고조된 적이 있었던가. 한국의 대미 수출기업들에게 지난 1년여는 관세율표가 수시로 바뀌는 시간이었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져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안도감은 얼마 후 느닷없이 새로운 품목에 새로운 관세가 예고되면서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난기류처럼 수시로 방향과 강도를 바꾸었다. 그때마다 기업들은 비용을 다시 계산하고 공급망과 투자 시나리오를 다시 짜야 했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온다. 한국 기업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어느 당이 이기는가’가 아니라 “선거 이후 이 불확실성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가”이다.

글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

분점의회가 가져올 통상 지형의 변화

9월 중순 현재 전국 의회 선거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공화당에 5~7%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은 한 달 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3대 47의 의석 우위를 갖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이어 텍사스·오하이오·알래스카 등까지 경쟁 지역이 확대되면서 상원 선거의 불확실성도 크게 높아졌다. 민주당 하원-공화당 상원의 ‘분점의회’가 여전히 유력한 시나리오이지만, 상원까지 민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더 이상 배제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선거 결과를 맞히는 것이 아니다. 누가 의회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관세·수출통제·산업정책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다. 선거는 하나지만 통상정책에 미치는 충격은 하나가 아니다.

시장만이 트럼프의 계산을 바꾼다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했을 때 세상은 ‘누가 트럼프를 멈출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후보는 의회, 법원, 상대국, 그리고 시장이었다. 나는 시장에 걸었다.
상호관세가 발표되자 미국 증시와 국채시장이 흔들렸다. 일주일 뒤 트럼프는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추가 관세를 90일간 유예했다. 그날 S&P 500은 9.5%, 나스닥은 12% 넘게 급등했다. 시장만이 정책 전환을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의회는 정치적 비용을 보여주고, 법원은 법적 한계를 보여준다. 시장은 경제적 비용을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한다.

관세의 진화: 보편관세에서 ‘법률의 조합’으로

올해 2월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IEEPA에 근거한 트럼프식 보편관세의 법적 토대는 무너졌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행정부는 232조와 301조 등 의회가 이미 대통령에게 위임해 놓은 다른 법적 수단으로 이동했다. 관세의 후퇴가 아니라 법적 근거의 이동이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 규모다. 대표적인 사례가 강제노동 301조 조치다. USTR은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을 각각 조사한 뒤 모두가 강제노동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정했다. 7월에는 실제 관세가 뒤따랐다. 한국·일본·스위스는 일부 예외품목을 제외하고 기존 최혜국(MFN) 관세와 합해 총 12.5%, EU와 대만은 총 10%가 되도록 추가 관세가 적용됐다.
형식적으로는 60개의 개별 301조 조사다. 그러나 그 대상은 미국 전체 수입의 99.4%를 차지한다. 대법원이 보편관세의 법적 근거를 무너뜨리자 트럼프 행정부는 서로 다른 법적 권한을 조합해 그와 유사한 광범위한 관세체제를 재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301조의 기능 자체도 변하고 있다. 과거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나 기술이전 강요를 겨냥했던 301조가 이제 상대국의 노동제도와 그 집행 수준까지 관세 부과의 근거로 삼고 있다. 국경에서 부과하는 관세가 상대국의 국경 내부 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USTR은 구조적 과잉생산을 이유로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에 대해 별도의 301조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배터리·반도체·철강·조선·태양광·로봇 등 한국의 핵심 산업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다.
8월 캐나다와의 관세전쟁에서는 실제 관세 부과에 사용된 적 없던 1930년 관세법 338조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오랜 동맹이자 USMCA 파트너인 캐나다에도 50% 관세가 부과됐다. 법원이 하나의 관세수단을 막으면 행정부는 다른 법률을 찾는다.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다.

뒤집힌 의회와 대통령의 통상권력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중간선거의 의미가 드러난다.
미국 헌법은 관세와 대외통상의 권한을 의회에 부여했다. 그러나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 이후 의회는 대통령에게 통상협상 권한을 위임해왔다. 전후 통상질서에서 그 목적은 명확했다. 대통령이 미국의 관세를 낮추는 대신 상대국의 관세와 비관세장벽도 낮추도록 협상하는 것이었다. 그 제도적 완성형이 무역촉진권한(TPA)이었다. 의회가 협상목표와 절차를 정하고 대통령이 협상한 뒤 의회가 최종 협정을 신속하게 승인했다. 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한 목적은 상호주의적 시장개방이었다.
트럼프는 이 관계의 방향을 뒤집었다. 국가안보와 불공정무역 같은 상황에 대응하도록 의회가 위임했던 232조·301조 등의 권한을 적극 활용해 관세를 올리고, 그 위협을 상대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협상수단으로 전환했다.
과거의 공식이 관세 인하 → 상대국 시장개방이었다면 이제는 관세 인상·위협 → 상대국 양보로 바뀐 셈이다.
더욱 상징적인 것은 마지막 TPA가 2021년 7월 만료된 이후 아직 부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거 워싱턴의 질문이 ‘의회가 대통령에게 얼마나 더 통상협상 권한을 위임할 것인가’였다면 이제 질문은 정반대가 됐다. “의회가 대통령에게 위임했던 관세권한을 얼마나 되찾아올 것인가.”
실제로 의회에서는 신규 관세에 의회 승인을 요구하고 대통령에게 위임된 관세권한을 다시 제한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7월 론 와이든 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신규 관세에 의회 승인을 요구하고 USTR에 대한 의회 감독까지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정치적 힘뿐 아니라 대통령에게 기울어졌던 미국 통상정책의 권력균형이 다시 의회 쪽으로 움직일지를 가늠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의회의 세 가지 얼굴: Brake, Accelerator, Co-pilot

그렇다고 ‘Congress=트럼프의 견제자’라는 단순한 도식화는 곤란하다. 관세에서는 의회가 트럼프의 제동장치(Brake)가 될 수 있다. 수출통제에서는 더 강한 대중국 통제를 요구하는 가속페달(Accelerator)이 될 수 있다. 산업정책에서는 보조금·세액공제·정부조달을 결정하는 사실상의 공동운전자(Co-pilot)다.

•관세(Brake)
IEEPA에 근거한 보편관세는 이미 대법원 판결로 법적 토대가 무너졌다. 이제 의회의 견제 대상은 301조·232조·338조 등을 활용해 광범위한 관세체제를 재구축하려는 행정부의 재량이다.
민주당이 하원만 탈환하면 대통령에게 이미 위임된 관세권한을 당장 회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청문회·조사·예산·자료요구를 통해 301조의 광범위한 사용에 대한 정치적·절차적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신규 관세에 의회 승인을 요구하는 등 대통령의 재량을 법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훨씬 강해질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거부권이 있고 민주당 역시 중국의 과잉생산과 불공정무역에는 강경하다. 따라서 쟁점은 ‘관세냐 자유무역이냐’가 아니라 ‘대통령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재량적으로 관세를 사용할 수 있느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출통제(Accelerator)
수출통제에서는 관계가 뒤집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첨단 AI 칩 판매에 보다 유연한 접근을 취하자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의 대중 강경파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다고 대중국 수출통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초당적 대중 강경파가 오히려 백악관보다 강한 통제를 요구할 수 있다. 관세에서는 Brake였던 의회가 수출통제에서는 Accelerator가 될 수 있다.

•산업정책(Co-pilot)
반도체·배터리·에너지·조선의 보조금, 세액공제, 정부조달에는 의회의 입법과 예산이 필요하다. 산업정책에서 의회는 Brake도 Accelerator도 아닌 Co-pilot이다.

시장은 무엇을 읽고 가격을 매기는가

시장도 어느 정당이 몇 석을 얻었는지만 보지 않는다. 선거 결과가 대통령의 통상정책 재량과 그에 따른 성장·물가·기업이익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거래한다.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다고 관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주목할 것은 301조·232조 등 대통령에게 위임된 권한의 사용이 얼마나 예측 가능해지는가다. 의회의 견제가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보다 절차적이고 표적화된 방향으로 유도한다면 기업의 정책 불확실성은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공화당이 양원을 지킨다면 시장은 트럼프가 이를 자신의 관세정책에 대한 정치적 승인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할 것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높은 관세만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관세다. 기업은 비용이 높아도 확정적이면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규칙이 내일 달라진다면 투자를 미룬다. 높은 비용은 기업의 계산을 바꾼다. 불확실성은 계산 자체를 멈추게 한다.

한국 기업의 새로운 대미 전략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어느 당이 이길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보다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권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것이다.
첫째, ‘공화당 패배=트럼프 보호주의 완화’라는 기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IEEPA 보편관세가 사라졌다고 미국의 보호주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관세의 법적 근거와 방식이 바뀌고 있을 뿐이다. 중국 견제, 제조업 부활, 첨단기술 우위와 공급망 안보라는 목표에는 상당한 초당적 공감대가 존재한다.
둘째, 동맹이라는 지위보다 미국에 제공하는 가치를 협상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의 관세는 동맹과 비동맹을 가리지 않는다. 행정부를 상대로는 ‘한국은 동맹이니 예외로 해달라’는 논리보다 대미 투자·현지 고용과 조선·반도체·배터리의 생산능력이 미국의 산업기반과 비중국 공급망 구축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반면 의회를 상대로는 전략이 달라야 한다. 투자·고용·현지 조달 효과를 주별·지역구별로 파악해 한국 기업의 이해를 미국 의원의 지역경제 이해와 연결해야 한다. 행정부에는 ‘National Value’, 의회에는 ‘District Value’를 보여주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미국이 만든 규칙에 사후 대응하는 Rule Taker에서, 규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는 Rule Shaper로 바뀌어야 한다. 강제노동 301조가 보여주듯 노동·보조금·원산지·중국산 투입재·공급망 정책까지 미국의 새로운 시장 접근 조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관세가 결정된 뒤 예외를 요청하는 사후 대응으로는 부족하다. 의회의 법안과 청문회, USTR의 조사 개시와 의견수렴, 행정부의 시행규칙을 조기에 포착하고 조사와 규칙제정 단계부터 한국 기업의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
강제노동 301조에서도 USTR은 두 차례의 청문회와 수천 건의 의견을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미국 내 공급 부족이나 경제 전반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제품 등에 예외를 인정했다. 규칙이 발표된 뒤 대응하는 것과 규칙이 만들어질 때 참여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여기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 가운데 하나는 미국 기업을 한국 기업의 advocate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우리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미국의 고객사·공급업체·지역사회가 “이 조치는 미국의 생산과 일자리에도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말하도록 만드는 편이 훨씬 강력하다.
관세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말고 관세를 만들어내는 정치와 제도를 관리해야 한다.

“오랫동안 미국 통상정책은 의회가 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트럼프 시대는 그 위임된 권한의 사용 방식을 바꾸었다. 시장개방을 위한 위임에서 경제적 압박을 위한 위임으로. 대법원은 IEEPA에 제동을 걸었다.
행정부는 301조·232조·338조 등 다른 법률을 찾고 있다.
의회는 자신이 과거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어디까지 다시 제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강화냐 완화냐를 넘어

2026년 중간선거를 ‘트럼프 통상정책의 강화냐 완화냐’라는 이분법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관세에서는 Brake, 수출통제에서는 Accelerator, 산업정책에서는 Co-pilot.
중간선거는 이 세 힘의 조합을 바꾼다. 민주당의 의회 승리가 관세에서는 대통령의 재량을 제약하면서도 대중국 수출통제에서는 오히려 더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정책에서는 새로운 정치적 협상과 조건을 만들어낼 것이다.
더 큰 변화가 있다. 오랫동안 미국 통상정책은 의회가 대통령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트럼프 시대는 그 위임된 권한의 사용 방식을 바꾸었다. 시장개방을 위한 위임에서 경제적 압박을 위한 위임으로. 대법원은 IEEPA에 제동을 걸었다. 행정부는 301조·232조·338조 등 다른 법률을 찾고 있다. 의회는 자신이 과거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어디까지 다시 제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한다. 법원은 그 권한의 한계를 정한다. 상대국은 보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은 대통령의 계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정치는 선거로 평가받는다. 시장은 매일 가격으로 평가한다. 11월 3일 밤 세계는 개표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확인해야 할 숫자는 하나 더 있다. 월가는 그 결과에 어떤 가격을 매겼는가.
그 숫자는 앞으로 2년간 트럼프 통상정책의 방향을 읽는 가장 빠른 풍향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