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배너

미국 중간선거와 통상 리스크: 관세·수출통제·산업정책 3중 변수

2026 미국 중간선거,
권력 지형과 정책의 향방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최근 선거 예측이 잇따라 빗나갔지만,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선호도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선거 이후 예상되는 권력 구도와 함께 관세, 전략산업 투자, AI, 미·중 관계, 금리정책 등 향후 미국 정책의 주요 변화를 전망한다.

글 존 리버(Jon Lieber) 유라시아그룹(Eurasia Group) 리서치 총괄 겸 미국 담당 전무이사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일에는 과학적 분석과 감각적인 판단이 모두 필요하다. 미국에서 여론을 표본조사로 측정해 온 역사는 거의 100년에 이른다. 조지 갤럽(George Gallup)이 당시 가장 앞선 표본추출 기법을 활용해 미국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시작한 것이 과학적 분석 접근법의 출발점이며, 이후 수십 년 동안 대규모 표본을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유권자의 의사를 추정하는 조사 기법이 꾸준히 발전해 왔다. 하지만 때로는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감각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여론조사 업계는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외부 요인으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은 1997년 36%에서 2018년 6%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계속 낮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응답자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해 100명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정도다. 이러한 응답률 하락에 더해 최근 주요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실제 결과를 크게 빗나간 사례가 이어지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여론조사 업계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지표를 통해 여론의 흐름을 읽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특히, 다음 두 지표는 민주당이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상당수의 의석을 늘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첫 번째 지표는 대통령 지지율이다. 현직 대통령은 상황이 나빠지면 비난을 받지만, 좋아지면 이를 자신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 2026년 7월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의 72%가 미국의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별도로 실시된 2026년 4월 조사에서는 55%가 자신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아래에 머무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라시아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이 정도의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당이 하원에서 약 30석을 잃는 수준에 해당한다.



두 번째 지표는 의회 선거의 정당 선호도다. “오늘 선거가 열린다면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 가운데 어느 쪽에 투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유권자의 선호를 살펴보는 조사다. 현재 이 지표는 공화당에 강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사 결과 민주당이 6.5%포인트 앞서 있는데,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집권당이 크게 패배할 수 있는 수준이며 공화당이 약 25석을 잃는 수준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공화당에 유리한 점은 무엇일까. 실제로 경합 지역구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선거구 획정 방식의 영향으로 많은 선거구가 현역 의원의 재선에 유리하도록 획정돼 있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의 재선율은 90%를 넘으며, 현재 218명의 공화당 하원의원 가운데 상당수가 2027년에도 의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인 선거였다면 이처럼 전국적으로 유리한 흐름을 탄 민주당은 대거 의석을 늘리는 ‘웨이브 선거’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2010년에는 공화당이 63석을 추가했고, 2018년에는 민주당이 41석을 늘렸다. 이번에는 경쟁 지역구 자체가 많지 않다. 다만, 현재 공화당의 하원 다수 의석이 불과 4석 차에 그치기 때문에, 몇 석만 잃더라도 민주당이 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공화당은 상원에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상원의원 선거는 개별 선거의 특성이 더 크게 작용해 전국적인 정치 환경이 집권당에 불리하다고 해서 반드시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에 유리한 흐름이 강했던 2018년 선거에서 공화당은 상원 의석을 늘렸다. 반대로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불리했던 2022년 선거에서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를 오히려 강화했다.
따라서 내년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이다. 즉, 공화당이 백악관을 계속 장악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상·하원 가운데 적어도 한 곳, 경우에 따라서는 양원 모두를 차지하는 구도다.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행정부 고위직과 연방판사를 인준할 단독 권한이 있어,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 일부에 사실상 거부권을 갖는다.
민주당이 상원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내년에는 정책 추진이 막힐 가능성이 높다. 분점정부에서는 통상 정책 추진력이 약하고, 정당 간 대립과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2007~2008년 분점정부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460건의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비해 2023~2024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은 274건에 그쳤다.
분점정부 아래 정책 추진이 더뎌지는 것은 금융시장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워싱턴이 움직이지 않을 때 투자자와 기업이 오히려 이익을 보기도 한다. 유라시아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일반적으로 분점정부에서는 상승하고, 한 정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한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서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한 정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장악할 경우 정부 차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행정부가 의회의 동의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던 시기의 경험에 기반하고 있다. 최근에는 행정부로 권력이 점차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동안 워싱턴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의 역할이 제한된 영역에서 가장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만큼 행정부 주도의 정책 변화 가능성과 이에 따른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는 분야가 바로 통상정책과 산업정책이다.
11월 선거가 끝나면 워싱턴의 관심은 빠르게 2028년 대통령선거로 옮겨갈 것이다. 그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주목해야 할 다섯 가지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관세 정책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정책영역은 통상정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교역 상대국에 관세 불균형을 시정하도록 압박하고, 대미 투자 약속을 확보했으며, 제약업체와 같은 미국 내 산업에도 압박을 가해 미국 소비자를 위한 가격 인하를 이끌어냈다.
미국이 관리무역 성격이 더욱 강한 새로운 균형점으로 이동하면서 관세 압박의 강도는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폴리실리콘을 비롯해 특정 국가와 산업을 대상으로 한 여러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관세율은 계속 변할 것이다.
지난 2년간 관세정책은 글로벌 시장을 움직인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였으나, 앞으로 2년 동안에는 특정 산업과 국가에 관세 불안정성이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대법원이 당초의 관세 포고령을 뒤집은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장벽을 다시 구축했지만, 현재 활용되는 여러 관세 부과 권한의 법적 근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2. 정부 주도의 전략산업 투자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법률을 영리하게 활용해 납세자의 자금을 전략산업으로 투입해 왔다. 핵심광물과 반도체, 철강, 원자력 분야 기업들이 이러한 투자의 수혜를 받았다. 일부 투자는 이미 양호한 투자수익을 거뒀으며 앞으로 더 많은 수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영난에 빠진 항공사에 납세자 자금으로 지분 투자를 하는 방안도 거론한 바 있다. 향후 방산과 에너지 분야의 핵심 기업들도 정부의 자금 투입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외 자본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합의는 외국인 투자를 반도체 제조와 대체에너지, 데이터센터, 조선 등의 산업으로 유도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이러한 투자는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려는 행정부의 의제에 핵심적이며, 전통적인 산업정책 운영 방식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3. AI 규제

백악관이 인공지능에 대해 계속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AI는 2028년 대통령선거에서 주요 정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첨단 AI 모델의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민간이 보유한 이러한 역량에 공적인 통제를 가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은 일부 새로운 모델을 선별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향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이러한 입장을 계속 유지하기는 정치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미 상무부가 관여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각 주정부가 AI 도구와 기업에 대한 규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AI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도 또 하나의 정책 쟁점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운영을 제한하는 법안을 검토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은 AI가 사회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반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위협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보여주는 시설인 만큼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며, 민주·공화 양당 후보 모두 데이터센터 건설·운영을 막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다.

4. 미·중 관계

지난 10월 부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한 휴전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개별 현안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선택적 디커플링1 은 양국 정부 모두에 점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블랙리스트와 수출통제를 활용해 상대국이 핵심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0월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을 금지한 이후 미국은 중국의 핵심광물 통제에 자국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양국 간 갈등이 급격히 격화될 가능성은 낮다. 그보다는 어느 한쪽도 상대방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분야별 디커플링이 점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1.디커플링(Decoupling): 국가 간 무역·투자·기술·공급망 등의 연계를 축소하거나 분리하는 것

5. 금리 정책

세계적으로 정부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연방준비제도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금리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해서 풀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을 주요 성과 지표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재무부는 제한된 정책 수단을 활용해 금리를 관리하고, 계속 늘어나는 미국 정부 부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키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주 동안 재무부는 기존 관행을 깨고 일본 엔화를 지지하기 위한 개입에 나섰으며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도 확대했다. 두 조치 모두 미국의 차입 비용을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금까지 케빈 워시(Kevin Warsh)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백악관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시장은 올해 말 이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제롬 파월 전 의장을 압박했던 방식으로 워시 의장을 압박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연준 이사인 리사 쿡(Lisa Cook)에 대한 압박은 계속하고 있으며, 정책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공개적인 공격으로 워시 의장의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도 여전하다.

2028년을 준비하며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워싱턴의 권력 균형을 결정하는 기본 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1월 선거로 워싱턴의 권력 구도는 달라지겠지만,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 앞으로도 새로운 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백악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과 국가, 인사들을 조사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러한 조사는 민주당이 2028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근거가 될 것이다. 중간선거의 승패가 가려진 직후부터 2028년 대선이 워싱턴의 관심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미국을 바라보는 해외의 입장에서는 내년 워싱턴의 변화 속도가 다소 느려지고 예상 밖의 움직임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예상 밖의 정책 변화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기업은 미·중 디커플링의 충돌 지점에 놓여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이 반도체와 핵심광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수록 한국 기업에 미·중 어느 한쪽을 택하라는 압박도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