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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속도를 늦추는 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
산업의 역동성이 흐르는 도시 한가운데, 예술로 지역과 호흡하는 공간이 있다. GS칼텍스가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는 공연과 전시, 산책과 풍경이 하나의 여정처럼 이어지는 곳이다. 망마산 자락에서 남해를 바라보고, 진섬다리를 건너 예술의 섬 장도에 닿는 동안 여행자는 어느새 감각이 앞서는 시간 속으로 들어선다. 빠르게 스치는 대신 더 깊이 머무르는 시간.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여수 여행의 또 다른 이유를 만난다.
정리 김나연
사진제공 GS칼텍스
분주한 여행에 찍는 고요한 쉼표
여수 여행은 대개 분주하다. 푸른 바다를 따라 해안도로를 달리고, 해가 지면 반짝이는 야경을 만나느라 걸음이 빨라지는 가운데, 이곳은 되려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바다를 향해 천천히 열린 길 끝, 절벽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복합문화예술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가 바로 그런 공간이다. 여수국가산업단지의 거대한 역동성이 가득한 도시 한편, 망마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바쁜 여수 여행 중 뜻밖의 쉼표를 찍어주는 공간이다. 많은 이들이 GS칼텍스 예울마루를 ‘공연을 보러 가는 곳’으로 기억하지만, 진짜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풍경과 예술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여행의 감각을 다시 열게 만드는 여백, 그것이 GS칼텍스 예울마루다.
지역과 함께 자라난 문화예술의 마루
이 공간이 지닌 진짜 미학은 자연의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그 안에 스며든 건축,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과 예술이 이뤄내는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에 있다.
문화예술의 너울이 가득 넘치고 전통가옥의 마루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예울마루’는 도시와 기업, 시민이 함께 일궈낸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모범적 사례다. GS칼텍스가 2006년 당시 사회공헌기금의 용처를 두고 지역 사회의 의견을 물었을 때, 여수 시민들은 병원이나 학교 대신 ‘문화예술 공간’을 선택했다. 1967년 국내 최초의 민간 정유회사인 호남정유로 첫 삽을 뜬 이래 지역과 함께 성장해 온 GS칼텍스는 시민들의 열망에 진심을 담아 화답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라는 거대한 산업도시의 한가운데에 세워진 이 복합 아트센터는 개관 이래 누적 2,107회의 공연과 198회의 전시(2025년 12월 말 기준)를 통해 수많은 관객에게 예술을 배달했다. 특히 문화 소외 계층을 위해 자체 기획 프로그램의 10%를 문화 나눔으로 할애하고, 아동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인 ‘마음톡톡’의 무대로 활용하는 등 상생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고 있다. 문턱을 낮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예술 테마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관광 그 이상의 경험을 건넨다. 도시와 기업,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의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사진, 그림, 조각,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가 이뤄지는 예울마루 7층 전시실
무대 밖 풍경과 하나가 되어 흐르는 시간
GS칼텍스 예울마루를 찾는 이유는 단지 공연 한 편, 전시 한 장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곳은 1,021석 규모의 대극장과 소극장, 남해안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춘 4개의 기획 전시실과 해안산책로가 짜임새 있게 어우러져, 무대 위 예술과 무대 밖 자연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조수미, 정명훈 같은 대가들과 젊은 거장들이 거쳐 간 공연장은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까지 완벽히 전달하는 음향 시설을 갖추어 남해안 최고 무대로서의 명성을 증명한다. 독립된 항온·항습 시스템이 24시간 가동되는 기획 전시실은 예술을 대하는 GS칼텍스 예울마루의 세심한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덕분에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 라이프 사진전 같은 대형 전시를 꾸준히 열어왔다. 여수에서 이런 규모의 전시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GS칼텍스 예울마루가 남해안 문화예술의 중심지임을 말해준다.
문화 시설을 나와 장도로 향하는 진섬다리로 걸음을 옮기면 예울마루의 또 다른 무대가 펼쳐진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이 보행교는 만조 때가 되면 다리가 바닷물에 살포시 잠기며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신비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잔잔한 수평선을 곁에 두고 천천히 걷는 순간, 해 질 무렵 붉은 노을이 바다 위로 번지는 장면만으로도 감동이자 아늑한 쉼표가 된다.
바다 너머 열린 치유의 품, 예술의 섬 장도
남해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길 끝에는 예술의 섬 ‘장도’가 조용히 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살던 외딴섬이었지만, 지금은 GS칼텍스 예울마루와 진섬다리로 연결되어 자연 속에서 작가들이 머무르며 작업하는 창작스튜디오와 잔잔한 둘레길을 품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시관 안에 자리한 장도 아트카페도 이 섬의 여유를 깊게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전시를 감상하다 잠시 머물러 차 한 잔을 즐기고, 남해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이곳에서는 주말 오후 피아노 연주 프로그램도 운영돼 예술과 음악, 커피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시간을 선사한다. 거문도 해풍쑥라떼, 여수 동백 히비스커스 오미자 티 등 지역의 감각을 담은 메뉴 역시 장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다.
이처럼 장도에서의 시간은 전시와 산책, 음악과 미식이 느슨하게 이어지며 하나의 문화적 체류로 완성된다.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업이 이곳에 남긴 것은 눈에 보이는 거대한 건축물 하나가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만나고 삶의 여백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시간과 장소다.
자연과 힐링을 테마로 한 다양한 기획전시가 이뤄지는 장도 전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