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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신뢰와 약속
글로벌 헬스케어의 자존심

유한양행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이 숭고한 철학은 한 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유한양행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가치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유한양행의 여정은 오늘날 국산 신약의 글로벌 무대 진출과 독창적인 사회 환원 시스템으로 이어지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김나연

사진 제공 유한양행

구국(救國)의 철학이 세운 민족 기업의 뿌리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현대화와 민족의 자립을 이끈 시간, 올해로 100년.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잃었던 조국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강(自强)의 신념 아래, 실천적 독립운동의 의지를 유한양행 경영에 투영했다. 기업을 상징하는 버들표 로고 역시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독립운동가 서재필 박사로부터 선물 받은 버드나무 목각품에서 유래한 것이다. 민족에게 시원한 그늘과 희망을 주는 버드나무처럼 자립하라는 서 박사의 당부 그대로 버들표는 유한양행의 정체성이 되었다.
설립 초기 유한양행은 수입 의약품 판매에 머물지 않고, 우수한 의약품의 국산화를 이끌며 보건 주권을 지키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품질 경영으로 제약 산업의 새 기준을 세웠다. 그 기반에는 ‘정직’이라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었다.
이러한 정직의 신념은 지배구조의 선제적인 혁신으로 구체화되며 투명 경영의 기틀이 되었다. 1936년 도입된 국내 최초의 종업원 지주제와 1969년 단행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은 소유와 경영의 엄격한 분리를 달성한 모범적 사례로 손꼽힌다. 1971년 유 박사 서거 당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언에 따라 설립된 공익법인들은 이윤이 사회로 되돌아가는 투명한 거버넌스의 주축이 되었다. 이 단단한 신뢰의 토양은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도 유한양행을 지탱해 온 뿌리가 되고 있다.

신용 중심의 원칙, 기술 자립의 첫걸음

100년간 이어온 유한양행의 신용은 마케팅 및 소통 전략에서도 증명된다. 창립 당시 게재된 개업 광고는 효능을 과장하던 당대의 관행을 깨고 커다란 버드나무 상징을 전면에 배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유통 환경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분 공개와 정찰제를 명시했고, 1930년대에는 결핵약 출시 전 전국 순회 예방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소비자 교육과 공중보건을 결합한 계몽 학술 마케팅을 전개했다. “의사는 당신의 친우(親友)”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전문가의 진단 후 약품을 복용하라고 권고한 대목은 단기적 수익보다 국민의 건강권을 먼저 생각한 유한양행의 진정성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국민의 보건권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았던 경영 원칙은 자연스럽게 우수한 의약품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로 확장되었다. 그 첫 결실이 바로 1933년 탄생한 자체 개발 1호 의약품 ‘안티푸라민’이었다.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던 동포들을 위해 열악한 환경을 뚫고 개발해 낸 안티푸라민은 단순한 상비약을 넘어 의약품 주권을 확보해 낸 한국 제약 연구의 이정표였다. 오늘날 안티푸라민은 다양한 제형으로 라인업을 넓히며 국민 브랜드의 정통성을 지키고 있다. 동시에 유한양행이 글로벌 신약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는 기반이 되었다.

1926년 유한양행 창립과 종로 본사 개업을 알린 첫 신문 광고문
1933년 탄생한 자체 개발 1호 의약품 ‘안티푸라민’

글로벌 신약 시대를 여는 혁신의 주역

과거 기술 자립을 향해 묵묵히 걸었던 발걸음은 마침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이라는 역사적 성과로 결실을 맺었다. 유한양행은 매출액의 최대 20%를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끈질긴 장기 투자를 이어가며 국산 신약 31호 ‘렉라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3세대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1 표적항암제인 렉라자는 탁월한 임상적 효능을 입증하며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다. 특히 보험 급여 등재 전 폐암 환자들에게 약제를 무상으로 공급했던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은 창업주의 보건 지향 정신이 오늘날에도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렉라자의 도약은 개별 품목의 성공을 넘어 유한양행의 체질을 R&D 중심의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완전히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제 유한양행은 확보한 신약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항암 및 면역·대사질환 분야에서 글로벌 임상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우수 의약품 생산이라는 전통적 원칙과 고도의 바이오 기술 투자를 성공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로 나아가는 혁신의 여정을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 1.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암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로, EGFR 표적항암제는 EGFR 신호를 차단하여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만을 정밀하게 표적하여 치료하기 때문에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특징이다.
국산 신약 31호 ‘렉라자’

공익을 향한 상생의 선순환

유한양행이 비즈니스를 통해 거두어들인 재무적 결실은 공익법인인 유한재단과 학교법인 유한학원을 통해 다시 사회적 가치로 녹아든다. 1970년 출범한 유한재단은 매년 대규모 장학사업을 집행하며 인재를 키우고 사회적 가치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대학생을 위한 지원과 석·박사 과정을 위한 ‘유일한 장학금’ 등 지급 범위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으며, 복지사업과 재해구호 등 다방면에서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다지는 중이다.
유한학원은 유한공업고등학교와 유한대학교를 운영하며 기술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키워왔다. 산업화 초기부터 기술 인력을 배출해 온 역사를 바탕으로, 지금은 AI·융합 교육 중심의 혁신을 추진하며 교육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유한학원의 교육 현장은 기업의 이윤을 사회로 환원한다는 유한양행의 오랜 약속이 현실화되는 또 다른 장이다. 창업주가 심은 버드나무 한 그루는 100년의 세월을 지나 깊고 넓은 그늘이 되었고, 유한양행은 그 그늘 아래서 다음 100년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대학생을 위한 지원과 석·박사 과정을 위한 ‘유일한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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