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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위성용 추진 기술로
우주 물류의 길을 열다
박동하 코스모비 대표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면 위성은 임무를 끝내기도 전에 길을 잃는다. 박동하 코스모비 대표는 이 위성들이 원하는 자리에 정확히 도달하도록 돕는 ‘우주 추진 시스템’을 만든다. 소형화·경량화된 우주 추진 기술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장을 개척하는 그가, 한경협 기업가정신발전소 ‘TALK 라이브’ 무대에 올랐다.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한 미래 세대에게 도전의 가치를 전한 그의 창업 이야기를 공유한다.
정리 김나연
사진 제공 한경협
안정적인 연구원의 길 대신 창업을 선택하셨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창업에 대한 확신은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대학교 3학년 때 들었던 ‘기업가정신’ 수업이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그 수업을 통해 창업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처음 접하게 되었고, 학부 4학년이 되어 졸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무렵 그 경험이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우주 분야 연구원이라는 꿈은 있었지만 그 이후의 커리어가 막연하게 느껴졌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고 세상을 바꿔 보고 싶다는 평소의 성향이 창업과 맞아떨어지면서, 진로에 대한 확신이 강해졌습니다.
실험실 창업 이후 실제 법인을 운영하며 겪은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큰 난관은 기술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업의 언어로 바꾸고 조직을 운영하는 일이었습니다. 뜻이 맞는 공동창업자를 찾는 일부터, 지분 배분과 주주 간 계약 등 법적·제도적 기반을 닦는 일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B2B나 B2G 위주의 딥테크 사업은 당장의 매출보다 정부 R&D 과제를 수행하며 기술 신뢰도를 쌓아가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학부생 창업가로서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제는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시기를 지나, 투자자와 고객,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유연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경영자로 성장하는 것이 매일의 과제입니다.
최근 우주 산업의 핵심 키워드인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코스모비가 주력하고 있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입니까?
코스모비는 위성의 궤도 투입과 유지, 충돌 회피, 그리고 임무 종료 후 대기권 진입을 통한 폐기까지 위성의 모든 기동을 책임지는 ‘초소형 위성용 추진 시스템’을 공급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우주 공간에서 위성이 원하는 목적지에 정확히 도달하게 돕는 ‘우주용 내비게이션 엔진’을 만드는 셈입니다. 기존 우주 산업이 대형 위성 중심이었다면, 저희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200kg 이하 초소형 위성에 최적화된 저전력·저비용 솔루션을 만듭니다. 향후 폭발적으로 커질 군집 위성 시장에서 위성 체계 기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우주 물류 인프라를 담당하는 것이 저희의 지향점입니다.
우주 산업에서 부품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과정일 것 같습니다. 후발주자인 코스모비가 기술적 차별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우주 산업의 성패는 지상에서의 테스트 스펙보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실제로 정상 작동했느냐’를 검증하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코스모비는 누리호 4, 5, 6차 발사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부품부터 완성형 시스템까지 단계별로 우주 환경에서의 동작을 직접 증명하고 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개발 단계에서 신뢰성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반면 코스모비는 KAIST에서의 20년 연구 자산을 바탕으로 양산 효율을 높이는 한편, 누리호 탑재 실증을 통해 실제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실전적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확보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위성 체계 기업들의 파트너로 빠르게 자리 잡는 것이 코스모비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지만 블루오션인 ‘초저궤도’와 ‘초소형 위성 시장’을 타깃으로 삼으셨습니다. 시장의 빈틈을 발견하는 안목은 어떻게 길러진다고 보시나요?
답은 언제나 ‘고객의 불만’에 있습니다. 코스모비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글로벌 위성 시장의 수요와 고객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에서 출발했습니다. 물론 글로벌 경쟁사들의 기술 동향을 공부하는 정량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을 계속 만나는 것입니다. 고객의 불편 속에 우리가 풀어야 할 혁신의 단서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딥테크 창업은 일반 기업보다 기술적 난도가 높고 사업화 과정이 복잡합니다. 기술 개발을 넘어 딥테크 리더로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입니까?
저는 ‘전략적 사고력’과 ‘사람을 이끄는 능력’을 핵심으로 꼽습니다. 사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매니징하는 것은 모든 리더에게 공통된 과제입니다. 그러나 딥테크 리더에게는 기술적 난제와 시장의 불확실성이라는 두 극단을 동시에 연결해야 하는 특별한 도전이 따릅니다. 대표 업무의 75% 이상은 사람을 만나는 일입니다. 기술을 모르는 투자자에게 혁신을 설득하고, 전문성 높은 기술진과 사업 현장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레거시 산업의 벽을 허무는 일까지,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설득과 조율이 요구됩니다. 결국 기술적 전문성을 넘어 사람과 전략을 하나로 엮어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딥테크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학생 창업가로서,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를 넘어 ‘사업가’로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저는 정치가와 사업가가 세상을 바꾸는 두 가지 가장 강력한 동력이라고 믿습니다. 정치가 국가나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일이라면, 사업은 우리가 만든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통해 세계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이 담긴 제품으로 인류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제 비전에 공감하는 동료들과 함께 그 담대한 목표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제가 정의하는 사업가의 역할이자 가장 큰 포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