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의 재부상: 공급망 전력, 산업 전략의 새 과제
호르무즈 봉쇄로 본
에너지 위기 현황과 대응 전략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최근의 중동 사태는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공급망이 정치적 무기로 작동하는 글로벌 패권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 준다. 중동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거시경제와 첨단산업 전반에 걸쳐 심각한 연쇄 타격에 직면해 있다. 국가 생존을 좌우할 상시적 위기에 맞서기 위해 통합적 에너지 안보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글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무기가 된 에너지, 재편되는 글로벌 패권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 무력화와 반정부 시위 세력 지원을 명분으로 이란을 선제 타격하면서 사실상의 전쟁 국면에 진입했다. 이란은 즉각 의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고, 같은 날부터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전략 수로의 통항이 사실상 중단되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봉쇄 이후 41척의 유조선과 약 6,900만 배럴의 원유가 발이 묶였다고 발표했다. 긴 봉쇄를 넘어 미국과 이란은 MOU를 체결하고 해협이 서서히 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기는 표면적으로는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지만, 그 본질은 에너지 패권의 패러다임 변화이다. 미국 입장에서 셰일 혁명 이후로 중동 에너지의 가치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자국 내의 에너지를 충당하고도 남아서 석유 최대 수출국이 되고 천연가스도 유럽 등에 수출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움켜쥐게 되었다. 글로벌에서 우방도 없으며 자국에 필요한 에너지는 그 나라가 해결해야 한다는 국제 에너지 정세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UAE·쿠웨이트·이라크·카타르 등 주요 유·가스전과 수출기지가 집중되는 단일 병목 지점이다. 우회 파이프라인 용량은 일평균 약 250만 배럴에 불과해, 봉쇄 시 약 2,000만 배럴/일의 원유 흐름을 대체할 방법은 미국이 해협을 풀거나 다른 대체 자원을 찾는 수밖에 없다. 이란의 에너지가 값싸게 중국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막고 패트로달러를 지켜내기 위한 명분이 이 전쟁의 또 다른 원인이다. 미국은 경고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중에 선택하라고. 더 이상 위안화로 원유 거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미국 달러의 가치를 지키고 미국 패권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사태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상류 부문 투자가 위축되어 단기 공급 충격에 대한 대응이 부족해져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전쟁이 6월 말까지 이어지지 않고 파국은 피해가는 양상이다. 이번 위기는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에너지 공급망이 정치 무기로 작동하는 구조적 변화이다.
요동치는 거시경제와 첨단산업의 연쇄 타격
전쟁 발발 직전 배럴당 약 66달러(브렌트유)에 머물던 국제유가는 5월 19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1.34달러로 위기 전 대비 68.7% 폭등했다. 또한 아시아 LNG 현물(JKM)은 2월 평균 $10.75에서 5월 19일에도 $19.62/MMBtu로 전년 대비 63.94%로 뛰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카타르가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동북아시아 LNG 공급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7%가 중동산이며, 약 20%의 천연가스가 호르무즈에 묶여 있다.
한국은 비중동산 원유 수입을 봉쇄 직후 30% 가까이 늘리며 3월 중동산 원유 비중을 62.9%까지 일시적으로 낮췄으나, 운임·보험료·스팟 프리미엄이 동시에 치솟으며 도입단가는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VLCC(초대형 유조선) 일일 용선료가 5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호르무즈 통과 전쟁보험료는 봉쇄 직전 대비 12배 폭등했다. 항공유 가격 폭등으로 스칸디나비아 항공과 뉴질랜드 항공의 각각 1,000편의 항공 운항을 중단하는 등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KDI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대 연 4%대 후반까지 재상승할 수 있다. 환율 측면에서도 안전자산 선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아 수입물가를 추가로 자극하는 이중 충격(Twin Shock) 구조가 작동한다. 원유 수입액은 2월 20억 달러에서 3월 23억 달러, 4월 초순 28억 달러로 3개월 연속 증가하며 무역수지 흑자 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 타격은 정유·석유화학이다. 중국발 범용 제품 과잉 공급으로 이미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해 있던 한국 석유화학 업계는 나프타 가격 급등(우리나라 나프타의 56.8%가 중동산)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며, 여천NCC 2·3공장 폐쇄를 검토 중이다. 반도체·첨단산업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카타르가 한국 헬륨 수입의 43%를 차지하는 만큼,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항공·해운은 유류할증료와 우회 항로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자동차·철강·조선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은 전력요금 인상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
특히 국제 LNG 도입 중에 유가 연동이 약 80%를 차지하고 국내 도입가에 반영되는 시차가 약 4~5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여름 피크에 그 위력이 나타날 것이다. LNG 발전 비중이 약 28%에 달하는 한국 전력 시스템은 가스 가격 상승 시 전력요금으로 보전되지 못할 경우 적자가 다시 확대되는 구조여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의 인상은 소재, 부품에도 영향을 미치고 비료가격에 영향을 통하여 식품가격까지 인상되게 된다. 결국 서비스 비용과 인건비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에너지 빈국의 생존 조건, 통합적 안보 전략의 시급성
우리 산업이 입을 연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제는 수급 체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국가 차원의 치밀한 에너지 안보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할 때다.
첫째, 수입선 다변화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중동의 중질유는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결국은 한국 정유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고도화를 위해서는 설비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하고 석유 도입선을 다양화하는 수밖에 없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한군데의 초크 포인트에 과도하게 매달리면 그 결과는 이번 전쟁처럼 막대한 위험으로 전이된다. 따라서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도입을 늘리고 공급선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
둘째, 해외자원개발에 재개와 지분 확대이다. 일본의 자원 자주개발률(42.1%)에 비해 한국은 10.8%에 불과하다. 해외에 자기 자본으로 개발한 자원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에너지 안보의 첫걸음이다.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자원은 결국 해외에 비중을 늘려야 한다. 해외자원개발을 직접 하든지 아니면 지분투자를 통하여 언제든지 가격불문하고 도입이 가능한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에너지 협력과 상사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항상 자기 자본으로 자원을 확보하거나 해외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모든 자원과 소재, 부품을 그렇게 확보할 수도 없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의 네트워킹을 만들고 도입이 가능한 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전 세계를 누벼서 자원을 구입해 올 수 있는 능력있는 상사들이 필요하다. 글로벌을 누비며 일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미, 한일, 또는 한미일 에너지 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 LNG 스왑 등을 통하여 항시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신의를 통하여 에너지 위기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넷째, 기저 전원과 국내 에너지원 확대이다. 원전과 석탄 등의 기저 전원에 대한 역할을 재정의하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24시간 가동가능한 전력안보를 확립해야 한다. 원전의 농축부터 재처리까지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도 국내 공급망을 갖춰야지 진정한 안보 자산이 될 수 있다. 태양광, 풍력, 배터리 원소재부터 기자재까지 국산화를 시급히 달성해야 한다. 진정한 에너지 안보는 자국산 기자재가 존재할 때 가능하다.
다섯째, 에너지 수요 측면의 효율화다. 산업부터 가정까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하여 수요가 절감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산업용 에너지 효율 규제, 전력 다소비 업체의 전력 수요 관리, 그리고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원단위 자체를 낮추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빈국이다. 에너지 안보가 어느 나라보다도 중요하며 에너지 위기 시에 산업이 멈춘다면 생존이 위험할 수도 있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은 에너지 패러다임이 완전히 비정상으로 변하는 시작점이다. 우방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는 다른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이러한 사태는 빈번히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냉철한 에너지 안보 전략이 필요하다. 에너지 안보는 안보·외교·산업·기술 정책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최상의 정책 목표로 격상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