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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건네는 향기로운 위로
오설록 티뮤지엄
제주 황무지에 뿌린 씨앗이 45년의 세월을 지나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유기농 차(茶) 재배지가 되었다. 차 문화를 되살리겠다는 한 기업인의 집념은 제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연간 약 200만 명의 발길이 머무는 치유의 랜드마크를 만들어냈다. 로컬 식재료와의 상생을 맛보는 여행, 마음의 쉼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제주 오설록 티뮤지엄으로 안내한다.
글 김나연
사진제공 오설록
자연과 사람이 함께 빚은 초록색 치유의 공간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오설록 티뮤지엄은 제주의 척박한 자연을 풍요로운 유산으로 바꾼 ‘상생의 현장’이다. 이곳의 시작에는 우리 고유의 차(茶) 문화를 되살리겠다는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화학) 창업주 장원 서성환 선대회장의 굳은 집념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 당시 한국에서 녹차를 마시는 인구는 거의 전무했다. 차 사업이 당장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차를 하나의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 보고 황무지 개간이라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1979년 황무지를 개간해 일군 약 100만 평의 유기농 차밭은 제주를 청정 섬으로 유지하는 생태적 기반이자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왔다. 특히 동백, 영귤 등 제주에서 유래한 소재로부터 영감을 얻은 블렌디드 티를 선보이는 한편, 한라봉과 천혜향, 우도 땅콩 등 제주의 신선한 원물을 직접 활용한 식음료 메뉴를 통해 로컬 업체 및 지역 농가와 상생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차밭을 감싸는 안개 속에서 시작된다. 한라산 대기가 빚어낸 찻잎으로 우려낸 차를 마시며, 광활한 차밭과 현대적 감각의 건축물이 어우러진 공간에 머물다 보면 자연의 속도에 맞춘 여유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티뮤지엄은 차를 단순 음료에서 문화·미식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찻잎을 덖는 과정부터 제주 원물을 활용한 티푸드와 미쉐린 셰프의 감각이 더해진 프리미엄 다이닝까지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오설록의 제주 차밭은 연간 11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제주 청정 환경에도 기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방문객들에게 환경과 상생하고 문화적 풍요를 누리는 가치 있는 휴식을 선사한다.
Spot 1. 갓 덖어낸 차 향에 취하다, 티뮤지엄
티뮤지엄의 심장부인 ‘티 로스터리’ 존에 들어서면 먼저 고소하고 맑은 차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이곳에서 제주 차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찻잎이 한 잔의 차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티 로스터리 존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탁 트인 서광차밭 전경을 감상하며 갓 우려낸 차를 맛볼 수 있다. 오설록의 시그니처 말차 라떼를 비롯한 ‘JEJU ONLY’ 메뉴는 제주 한라봉 오프레도, 제주 우도땅콩 오프레도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제주의 생명력을 담아낸다.
Spot 2. 20년의 사투가 일궈낸 광활한 대지, 서광차밭
산방산 인근, 거센 바람과 농작물이 자라기 힘든 환경인 돌밭에 조성된 서광차밭은 고급 품질의 차를 만들 때 더없이 좋은 생육 조건을 갖췄다. 대기가 한라산을 지나며 형성되는 구름과 안개는 천연 차광 역할을 하며 찻잎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찻잎 사이사이를 걷는 산책길은 주변의 곶자왈 숲, 추사 유배지와 어우러져 제주 서부권 여행의 깊이를 더해준다. 바람에 실려 오는 은은한 차 향기를 맡으며 끝없이 펼쳐진 차밭을 걷다 보면, 척박한 땅을 비옥한 보물로 바꾼 사람들의 땀방울과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Spot 3. 시간의 결을 만나는 비밀의 숲, 티스톤 셀러
2025년 리뉴얼을 마친 ‘티스톤 셀러’는 인고의 시간을 담은 숙성차가 잠들어 있는 공간이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하층 공간으로 내려가면 나무 향과 차의 온기가 어우러진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제주 삼나무, 녹나무, 오크 배럴 등 특별 제작된 숙성함에서 오랜 시간 맛을 들인 차는 일반적인 찻잎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 있는 풍미를 지닌다. 이곳에서는 오설록의 숙성 기술로 완성한 전용 상품들을 직접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Spot 4. 미쉐린 셰프의 감각으로 즐기는 미식, 말차 누들바
차를 마시는 것에서 ‘먹는 경험’으로 확장한 ‘말차 누들바’는 미쉐린 스타 김도윤 셰프의 레시피로 완성된 프리미엄 티 페어링 다이닝 공간이다. 곶자왈 숲을 배경으로 펼쳐진 오픈키친과 제면실에서는 매일 아침 직접 뽑아내는 선명한 초록빛 말차 면의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다. 17년 이상 면 요리를 연구한 김 셰프의 손길로 탄생한 말차 온·찬 국수는 말차 본연의 슴슴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극대화했다. 식전 차로 제공되는 로스티드 티로 몸과 마음을 정돈한 뒤, 제주 고사리와 유채나물 등 로컬 식재료가 듬뿍 들어간 비빔 국수를 맛보는 미식 여정은 제주의 자연을 건강하고 독창적으로 즐기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제주 서부권, 차 향기 따라 걷는 길
1. 환상숲 곶자왈 공원: 숲 해설가와 함께 듣는 제주의 생태 이야기
2.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신비로운 숲길 산책
3. 추사 유배지: 추사 김정희 선생의 자취와 세한도의 깊은 뜻을 되새기는 곳
4. 산방산 & 용머리해안: 거대한 바위산과 층층이 쌓인 해안 절벽의 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