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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바다에서 일구어낸 도전
인류의 풍요를 향한 돛을 올리다
동원그룹
1969년, 단 한 척의 원양어선으로 바다를 누비기 시작한 동원그룹이 이제는 수산을 넘어 식품, 포장재, 물류, 그리고 미래 첨단 소재까지 아우르는 ‘생활 산업 전문 그룹’으로 성장했다.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창업 이념 아래, 변화하는 시대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우리 삶의 지평을 넓혀오고 있다.
글 김나연
사진 제공 동원그룹
단 한 척의 배로 시작한 수산보국
동원그룹의 역사는 김재철 명예회장의 개척정신에서 시작됐다. 1969년 4월 16일, 식량 자원의 보고인 바다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수산보국’의 일념으로 동원산업이 설립됐다. 당시 원양어업에 대한 이해도, 인프라도 부족했던 시절이었지만, 동원은 남보다 앞서 어장 개척과 어법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며 한국 수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졌다.
1970년대 오일쇼크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선단 현대화와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 선택은 이후 동원그룹 성장을 이끌었다. 1982년 국내 최초 참치 통조림 ‘동원참치’ 출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당시 참치는 고급 식품이라는 인식을 깨고 국민 영양 식품으로 자리잡았으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80억 캔을 넘어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편, 이러한 성장의 과정에서 동원은 ‘정도경영’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1991년 자녀 주식 증여와 관련해 당시 최고 수준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한 사례는 투명 경영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본업을 파고들어 미래를 낚는 ‘체인 이노베이션’
동원의 혁신은 “잘나갈 때 다음 어장을 준비하라”는 경영 철학에서 출발한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라, 본업을 깊게 파고들어 혁신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신사업과 연결하는 ‘체인 이노베이션’ 전략이다. 동원은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때 기존 사업에서 축적된 핵심 역량을 재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포장재 사업에서 이차전지 소재로의 진출이다. 참치캔 제조 과정에서 축적한 금속 가공 기술과 레토르트 파우치 개발 경험은 알루미늄 접착·코팅 기술로 확장됐고, 이는 이차전지용 양극박 및 원통형 배터리 캔 시장 진입으로 이어졌다.
인수합병(M&A) 전략 역시 밸류체인 강화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전개되었다. 2008년 미국 최대 참치 브랜드인 ‘스타키스트(StarKist)’를 인수하며 글로벌 수산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어 2014년 유리병, 캔, 페트 등 종합 용기 제조 시장의 선도 기업인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하며 포장재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특히 2016년에는 국내 물류 대기업인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여 물류 역량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으며, 이를 기반으로 출범한 동원로엑스는 수산·식품·포장재를 유기적으로 잇는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원은 이처럼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혁신의 사슬을 견고히 엮어 왔다.
완전 자동화 항만 DGT
동원 F&B의 다양한 제품군
수산에서 식품으로, 산업 생태계의 확장
현재 동원산업은 태평양과 인도양 등 주요 어장에서 선단을 운영하며 글로벌 수산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국제 지속가능 수산물 인증(MSC) 획득에 힘쓰며 ‘책임 있는 어업’의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수산 역량은 식품 밸류체인으로 이어졌다. 동원F&B는 ‘양반’, ‘리챔’, ‘덴마크’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종합 식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참치 가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펫푸드 브랜드 ‘뉴트리플랜’을 통해 글로벌 반려동물 시장까지 보폭을 넓혔다.
이어지는 B2B 분야에서는 동원홈푸드가 식품 서비스 전 영역을 관리하며 사업의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 분야에서 체계적인 인프라를 가동하고 있으며, 축육 사업을 통해 외식 산업에 필요한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맞춤형 조미 솔루션 역량을 결합하여 저칼로리·저당 브랜드인 ‘비비드키친’과 같은 건강 지향 브랜드를 선보이며, 현대인의 식문화 변화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첨단 소재와 물류로 잇는 미래의 동맥
동원의 노하우는 먹거리를 담는 포장재를 넘어 첨단 소재로 뻗어 나가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국내 종합 포장재 기업으로서 식품 패키징을 넘어, 이차전지 패키징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원통형 캔과 파우치 소재까지 아우르는 라인업은 동원을 전통 제조업 기반 기업에서 첨단 소재 기업으로 재정의하는 계기가 됐다.
물류 부문을 담당하는 동원로엑스는 운송·항만 하역·저온창고 인프라를 결합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4년 부산 신항에 개장한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은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글로벌 공급망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전통 산업의 틀을 깨는 디지털 혁신, AI 중심 경영
동원은 최근 ‘AI 중심 경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수산, 식품, 소재, 물류 전 사업 영역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며 AI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이다. 식품 제조 공정의 AI 영상 분석 시스템, 외국인 선원을 위한 챗봇 ‘튜나버디’ 도입 등은 산업 현장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기존 사업 역량과 AI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다.
바다에서 시작된 동원의 항해는 계속된다. 57년 전 거친 파도에 맞서며 대한민국 수산업의 길을 열었듯, 정직한 경영 철학과 날카로운 AI 혁신을 양 날개 삼아 새로운 백 년을 향해 돛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