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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ocus

전대미문의 불확실성 시대
우리가 점검해야 할 것들

글로벌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뛰어넘는 전대미문의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이 촉발한 통상 리스크에 더해, 최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의 시계를 제로(0) 상태로 만들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고유가와 강달러, 인플레이션의 거센 후폭풍이 예고된 가운데, 짙은 안개 속을 돌파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주시해야 할 핵심 경제 흐름과 생존 지표를 진단한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명제는 어쩌면 언제나 적용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당시 위기의 충격이 초래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전례 없는 감염병 사태가 불러온 새로운 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렇다면 2026년 현재 우리가 직면한 불확실성은 이전 시기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그리고 그 불확실성의 출처는 무엇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그림 1]에는 IMF가 제공하는 세계 불확실성 지수(World Uncertainty Index)가 2008년부터 제시되어 있다. 해당 지수는 2025년 이후 급격히 상승했으며, 2025년 4월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그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직후보다 훨씬 높은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는 이러한 불확실성의 출처를 보여준다. 이 자료는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Baker-Bloom-Davis가 산출한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U.S. Trade Policy Uncertainty Index)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2025년 1월 직전부터 급격히 상승하여,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2025년 4월에 정점을 기록했다. 이후 각국이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4월의 상호관세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해당 지수도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의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의 움직임은 [그림 1]의 세계 불확실성 지수와 매우 유사하다.
결국 최근의 높은 글로벌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2026년 초 미국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가 대통령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새로운 층위의 불확실성이 추가되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추진 의지는 상당히 강해 보인다. 당장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15%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해 상호관세를 대체하려 할 것이며, 해당 법안이 만료되는 150일 이전에 각국의 대미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한 후 통상법 301조나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새로운 관세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과정에서 어떤 관세가 시행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림 2]의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수는 2026년 1월의 약 2,250 수준에서 2월에는 3,150 근처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에 더해, 2026년 3월 초 발생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은 세계를 더욱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이번 전쟁의 전략적 구상은, 1단계에서 이란 핵심 지도부 제거, 2단계에서 이란의 탄도미사일·드론·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규모 공중폭격, 3단계에서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체제 수호 세력 제거를 통해 새로운 정권 수립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전 후 일주일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2단계 작전이 진행 중으로 보이며, 전쟁의 지속성과 강도는 3단계 돌입 여부와 이에 따른 지상전 개시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금융시장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점차 반영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개전 전 배럴당 70달러 초반에서 일주일 만에 90달러를 돌파했고, 미국 3대 주가지수는 하락하는 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와 금값은 상승하고 있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은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가계는 소비를 줄인다.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은 확대되며, 환율의 급격한 변동도 나타난다. 이러한 요인들은 향후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나, 그 영향의 크기는 미국 무역정책 방향과 미국–이란 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달라지므로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향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전망을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접근은, 이러한 두 가지 불확실성이 발생하기 이전의 전망으로 돌아가 최근의 변화를 반영해 재조정해보는 것이다.
올해 초 IMF와 OECD 등 국제기구들이 제시한 2026년 세계경제 전망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3%대 초반으로, 미국의 무역정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10년 평균(3.1%)과 유사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었다. 선진국 가운데서는 거의 유일하게 미국의 성장이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유럽은 경기 부진에서 점차 벗어나는 중이며, 중국은 부동산 부문 부진으로 성장률이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미국의 무역정책 측면에서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등 자국 경제에 부담을 주는 무리한 관세 조치를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당시 전망에는 미국–이란 전쟁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먼저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 확대 요인을 살펴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그 배경은 ‘3저(저물가·저금리·저유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림 3]에서 보듯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의 물가상승률은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낮았고(트럼프 1기 7.6% 상승 vs. 바이든 20.9% 상승), 임기 초반 이후 시장금리 또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가 역시 임기 전 기간 바이든 행정부보다 낮았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기간 내내 누적된 고물가가 미국 내 주요 이슈가 된 만큼, 트럼프 행정부 역시 중간선거 이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관세 정책을 쉽게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대법원의 IEEPA 위헌 판결 이후에도 무리한 관세정책이 단기간에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블룸버그는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연말 유가가 108달러까지 오르고 미국 인플레이션이 3%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IMF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때 세계경제 성장률은 약 0.15% 감소하고, 다음 해 인플레이션은 0.4% 상승한다. 이는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블룸버그는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연말 유가가 108달러까지 오르고 미국 인플레이션이 3%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최근 급락한 국정지지율과 텍사스주 상원 선거 패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만약 그가 중간선거용 정책보다 ‘될 대로 되라’는 태도와 ‘나중 일은 나중에’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전쟁 장기화를 선택한다면, 이는 충분히 고려해야 할 유력한 시나리오다. 그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심화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없애고,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 역시 사라지게 한다. 이는 미국 내 AI 투자에 부담을 주고, 투자 경색을 초래하며, 미국 주식시장 조정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견조한 성장세가 기대되던 미국 경제도 하락 압력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GDP 1만 달러당 원유 소비량이 5.63배럴로 1위를 기록했다. 연간 1천억달러(146조원)가 넘는 비용을 에너지 수입에 지출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서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며, 결국 성장률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부작용에 더해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한 달러 강세 역시 우리 경제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악재이다.

이러한 극심한 불확실성의 시기에도 우리는 매일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본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단기 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인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다. 따라서 우리의 삶을 보다 지혜롭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일 것이다. 어쩌면 당분간은 아침에 눈을 뜨면 전날 뉴욕증시의 등락 여부를 점검하고, 유가 흐름을 확인하며, 달러 인덱스나 원/달러 환율 변동을 살펴보아야 하는 날들이 이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