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시대의 도래

공장을 나온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앞당길 로봇 상용화의 시대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력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제 제조 현장을 넘어 우리 일상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 최전선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의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재커리 잭코우스키(Zachary Jackowski) 총괄 책임자에게 보스턴 다이내믹스만의 독보적인 개발 철학부터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제조 혁신, 그리고 로봇과 인간이 공존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정리 김나연

사진 보스턴 다이내믹스

표창희 이미지
Profile
재커리 잭코우스키(Zachary Jackowski)

- Chief Product Technology Officer(CPTO)

-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Atlas)’ 총괄 책임자

피지컬 AI와 개발 철학

Q.스팟(Spot)의 수석 엔지니어를 거쳐 현재 아틀라스를 총괄하기까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고난도 프로젝트들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피지컬 AI를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피지컬 AI는 고도화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로봇에 탑재하여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소통할 수 있게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미리 정해진 규칙대로만 작동하던 과거와 달리, 피지컬 AI 기반의 로봇은 데이터를 통해 행동을 학습하는 시스템입니다.

Q.완성도 높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캐시 일관성(Cache Coherence)부터 야금학(Metallurgy)에 이르기까지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이 특히 아틀라스의 개발 과정이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연구 전략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한곳에 모여 긴밀하게 협력하는 크로스 펑셔널 팀(Cross-Functional Teams)의 힘을 굳게 믿습니다. 우리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면서도 기계 및 전기 공학, 또는 소프트웨어 공학과 비즈니스처럼 여러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역량과 관심을 지닌 인재를 채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또한 연구 제안부터 제품 유지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제품 수명 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검토 결과를 조직 내에 공유하고 조직 전체의 전문가들로부터 피드백을 구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피지컬 AI

Q.최근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으로의 전환과 아틀라스 도입 전략이 발표되었고, CES에서의 다양한 로봇 시연은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제조 운영에서 피지컬 AI가 구현될 최종 단계의 모습은 어떠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초기에는 피지컬 AI 기술로 제작된 로봇들이 부품 서열(Sequencing)이나 일반 조립 공정 등 과거 자동화 효율이 낮았던 공정에 투입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동화율이 높아지고 품질 향상과 제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SDF에서는 ‘유연성’ 요소의 비중이 더 커질 것입니다. 즉, 공장 대부분은 고정형 자동화 설비로 구성되기보다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빠르게 재구성할 수 있는 유연 자동화 설비로 전환될 것입니다. 이처럼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Defined Plants) 체제는 생산량의 유연한 조절뿐만 아니라, 신제품 도입 역시 훨씬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Q.타사와 대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만이 가진 핵심적인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피지컬 AI 로봇이 현장에서 완벽한 성능을 내기 위해서 집약적인 개발과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업용이나 소비자 시장으로 바로 뛰어들기보다, 산업 환경 내에서 작업의 복잡도를 완만하게 높여가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은 반복적인 작업이 많고 안전 표준과 교육 체계가 잘 잡혀 있어, 기술을 수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며, 최첨단 자율주행 차량에 적용되는 정밀한 기술과 시스템을 로봇 설계에 그대로 녹여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한 고유의 산업 데이터를 적극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제조, 물류, 판매, 고객 운영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핵심 데이터를 확보하고 피지컬 AI를 구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현실 세계에서 수집된 폭넓은 산업 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운영 환경에 기반한 실용적이고 현장에 적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제조 부문에서 SDF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이 사람과 협업하는 방식을 학습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빠르고, 정교하며, 안전한 방향으로 고도화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둘째로, 우리는 신생 업체들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든 독보적인 모바일 로봇 상용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는 최근 10년 사이 우리가 세 번째로 선보이는 제품 플랫폼으로, 이미 전 세계 산업 현장에서 수천 대의 ‘스팟(Spot)’과 ‘스트레치(Stretch)’가 활약하며 그 성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풍부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는 로봇이 대규모 환경에 투입되어 실질적인 투자 대비 수익(ROI)으로 이어지기까지 어떤 기술적 신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 자체의 기술 사양에서도 차별화됩니다. 아틀라스(Atlas)는 실질적인 업무를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최대 30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고,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에 이르는 온도와 기상 조건(IP67 등급)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합니다. 56개 축의 관절을 통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2.3m 높이까지 닿을 수 있고, 360도 카메라와 연속적인 가동 범위를 위한 완전 회전 관절을 탑재했습니다. 한마디로 아틀라스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성능을 발휘할 것입니다.

Q.2028년 부품 시퀀싱 작업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자동차 조립까지 로봇 업무를 확대한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공장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진정한 상용화 성공의 핵심은 새로운 작업에 투입된 로봇이 단기간에 업무를 안정적으로 완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는 학습 시 겪었던 유사한 상황의 사례를 활용하여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 즉, ‘일반화(Generalizing)’가 가능한 ML 모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일반화 역량은 구글 제미나이(Google Gemini)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의 언어나 이미지 영역에서는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피지컬 AI 모델에서는 아직 극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Q.초기 시범 도입을 넘어 대규모 확산과 공정 전반의 완전 자동화(End-to-end) 단계로 나아갈수록, 로봇 운영에 필요한 요구 사항은 단순 수치를 넘어 기하급수적으로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제조 현장에서 피지컬 AI의 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가장 큰 걸림돌은 로봇이 공장의 수많은 복잡한 롱테일(비정형 및 예외) 과업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를 진행하여 로봇이 모든 작업 과정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작업 환경 자체를 로봇 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덜 정교한 로봇의 손으로도 기기 조작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거나, 자재를 로봇이 인식하기 좋게 규격화된 형태로 공급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Q.지금까지 로봇은 물류나 용접처럼 특정 작업에 맞춰진 전용 환경에서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해 왔습니다. 반면, 아틀라스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기존 환경을 바꾸지 않고도 그 안에 매끄럽게 녹아들 수 있는 ‘휴머노이드’ 형태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자 강점입니다. 향후 5~10년 내에 아틀라스는 제조를 넘어 서비스, 재난 대응 등 일상 공간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바라보는 미래는 어떤 모습입니까? 또 상용화된 로봇은 인간의 일상과 어떻게 공존하게 될까요?

아틀라스는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것과 같이 가정 환경을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가꿔줄 로봇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재난 대응 분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잠재력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형 화재나 지진 상황뿐만 아니라 원전 해체 및 환경 복구와 같은 응용 분야도 포함됩니다.
로봇의 제조 현장 도입 이후에는 곧 서비스 산업으로 그 영역을 빠르게 넓혀갈 것입니다. 로봇이 24시간 내내 높은 효율성을 발휘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로는 상업용 빌딩 관리나 조경, 세탁, 배송 업무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와 피지컬 AI

Q.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제조 로봇 밀도에서 최상위권에 속합니다. 한국이 제조 강국으로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한국은 이미 근로자 1만 명당 약 1,0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운영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자동화 국가입니다. 다만, 높은 로봇 밀도가 곧바로 고품질 로봇이나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봇의 실질적 활용성과 로봇의 품질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한국은 감속기, 모터,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경쟁력 있는 공급업체를 선제적으로 발굴·육성하여 보다 견고한 공급망 관리(SCM)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실제 현장 적용이 가능한 최첨단 인지, 학습, 자율 기능을 통합한 지능형 로봇과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 기반 차세대 로보틱스 개발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산업계, 학계 전반에 걸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합니다.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로봇의 현장 배치를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공공과 민간의 연계를 통해 AI 및 로보틱스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야 합니다.

Q.피지컬 AI가 노동력 공급 외에 한국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는 단순히 노동력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의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로봇은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반복적이고 육체적 부담이 큰 작업을 맡고, 사람의 업무를 지원함으로써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 역량이 저하될 수 있는 만큼, 고령 근로자는 반복적이거나 고강도의 작업은 로봇에 맡기고, 사람은 감독·유지보수·수리 등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역할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로봇과의 협업을 확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운영·서비스·유지관리 등 로보틱스 가치사슬 전반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Q.전 세계적으로 AI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재교육, 직무 재설계, 현장 소통 등 ‘인간 중심의 자동화’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스팟’과 ‘스트레치’를 실제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에 관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쌓아오면서 얻은 교훈은 ‘변화 관리 전략(Change Management Plan)’이 성패의 핵심이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산업은 운영 방식을 재설계하고, 어렵고 반복적인 작업에 점점 더 많은 로봇을 통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사전 대비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로봇 도입으로 업무시간을 절감하고 직원들이 여러 대의 로봇을 관리하거나, 수리 및 유지보수, 전략적 기획처럼 자동화하기 어려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로봇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훈련시키는 과정을 컴퓨터 코딩 전문가뿐만 아니라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보편적인 기술로 만들고 로봇 훈련의 성과가 널리 공유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Q.한국경제인협회는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업가정신을 꼽고 있습니다. 기업가정신의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적인 시스템이나 제도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혁신을 장려하는 환경을 조성한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제도적인 지원 혹은 안정적인 기업의 지원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지원하는 자본투자와 이에 뒤따르는 높은 리스크도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투자는 성숙 산업에서의 전통적인 투자 방식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투자자는 자본뿐 아니라 방향성과 조언을 제공하고, 현장에서의 반복적인 검증과 개선이 지속될 것을 전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또한 초기 사업계획은 완전히 구체적이기보다 실행 과정에서 빠르게 수정·보완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Q.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고자 하는 한국의 청년들과 차세대 리더들에게 필요한 핵심 마음가짐이나 역량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의 우리의 노력이 미래를 꿈꾸는 젊은 로봇 공학자들에게 영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다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학업뿐만 아니라, 로봇 경진대회나 ‘오픈 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창의적인 경험을 쌓아보길 권합니다. 또한, 질문을 많이 던지세요.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때는 기존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제1원리 사고(First Principles Thinking)’ 접근법을 권유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훌륭한 공학자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 유연한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는 “만들고, 부수고, 고쳐라(Build it, break it, fix it)”라는 만트라(Mantra)가 있는데, 전진하기 위해 이와 같은 과정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로봇 공학은 분명 도전적인 분야입니다만, 값진 성취를 선사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