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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학이 말하는 지속가능한 성장 메커니즘
성과를 결정하는 것은 회복의 질이다
조직의 성장은 더 세게, 더 빨리 달리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근육이 회복 과정에서 성능을 끌어올리듯, 조직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도 회복의 질에 있다. 결국 성장은 얼마나 잘 회복하느냐에서 출발한다.
글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과 정석률 교수
부상 이후의 재설계
통증을 신호로 읽기
2022년 11월 손흥민은 마르세유와의 경기에서 상대와 충돌해 안와 다발성 골절이라는 중대한 부상을 입었다. 수술은 불가피했고, 월드컵 직전이었기 때문에 출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대부분 이 상황에서는 회복을 우선하며 다음 기회를 기대하지만, 손흥민은 수술 직후 바로 재활에 착수했고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는 조건 속에서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진짜 경쟁력은 ‘부상을 참고 뛰었다’는 투혼 자체가 아니라 부상 이후의 몸 상태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는 이전과 같은 움직임을 무리하게 반복하기보다 패턴을 조정하고 경기 리듬을 새롭게 설계했다. 햄스트링 부상 등 크고 작은 위기가 이어질 때에도 그는 통증을 단순한 경고가 아닌, 자신의 한계를 재설계하라는 신호로 해석해 적극적으로 기록·분석했다. 결국 이러한 선택이 조기 복귀로 이어졌다.
기업이 겪는 실적 부진, 번아웃, 전략 실패도 다르지 않다. 이는 조직이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신호다. 리스크를 읽고 업무 강도·인력 배치·의사결정 구조를 재구성할 때, 위기는 다음 단계로의 전환점이 된다. 위기를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설계의 시작’으로 읽는 감각이 리더에게 필요하다.
초과 회복의 공식
회복이 이끌어내는 상향 변화
강도 높은 운동이나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은 근섬유·건·근막에 미세한 손상을 일으킨다. 이 손상을 계기로 염증 반응이 시작되고, 우리 몸을 방어하는 다양한 백혈구 세포들이 손상 부위로 몰려가 재생 신호를 보내면서 회복이 본격화된다.
이 과정에서 근섬유는 수선될 뿐 아니라 단백질 합성이 촉진되면서 더 굵고 단단하게 재구성된다. 단순히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넘어 다음 자극을 더 잘 견딜 수 있는 구조로 업그레이드되는 것, 이를 스포츠의학에서는 ‘초과 회복(Super Compensation)’이라고 부른다.
회복의 질과 속도는 휴식·영양·수면·스트레스 관리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결국 근육의 성장은 훈련량의 많고 적음이 아닌 훈련이 얼마나 정교하게 회복으로 이어지느냐, 즉 회복의 질에서 갈린다. 그리고 이 회복의 원리는 운동선수의 퍼포먼스,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과를 설계하는 운영체계로도 확장된다.
과부하와 회복 사이클의 균형
회복 시스템을 설계하는 리더십
신체를 강하게 만드는 핵심은 설계에 있다. 운동·영양·수면·멘탈·움직임 분석·부상 예방·퍼포먼스 향상을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선수의 커리어가 달라진다. 강도 높은 훈련만으로는 일정 시점 이상을 넘어설 수 없고, 회복의 질을 함께 높여야만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모든 요소를 엮어내는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지원해 온 엑소스(EXOS) 트레이닝 프로그램에도 ‘회복’은 이미 시스템으로 포함되어 있다. 최상의 퍼포먼스를 유지시키는 것은 훈련뿐 아니라 적절한 회복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하다는점을 강조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무공간에 라운지·피트니스·수면 시설을 구성하며 몰입과 회복의 리듬을 설계한다. 프로젝트 주기, 회의 일정, 평가 방식 등도 회복 관점에서 재설계할 수 있다. 일정 기간 고강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면, 다음에는 재정비·교육·피드백에 집중하는 ‘숨 고르기 구간’을 두는 방식이다.
결국 리더십은 성과를 독촉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의 흐름을 설계하는 능력이다.
역치의 법칙
성장과 붕괴를 가르는 경계선
운동 후 다음 날 찾아오는 근육통은 늘 나쁜 신호일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통증은 성장의 증거이며, 손상된 근섬유의 재구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오래 지속되거나 기능까지 저하된다면 이는 부상의 전조로 해석해야 한다. 스포츠의학에서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역치(Threshold)’다. 역치를 넘어서는 순간 회복은 어려워지고 손상은 누적된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는 기록을 끌어올리기 위해 종종 한계를 계속 밀어붙이지만, 역치 지점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더욱 섬세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조직의 성장도 동일한 원리 위에 있다. 도전적 목표와 새로운 역할은 때로 구성원들에게 버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협력하며 해법을 찾고 성취 경험이 쌓이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건강한 긴장은, 팀의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회복 없이 장기간 이어지는 긴장은 붕괴 직전의 통증과 가깝다. 성장을 위해 조직의 역량을 한계점 가까이 끌어올리며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피로와 손상이 누적된다.
리더는 ‘어디까지가 성장이고, 어디부터가 무너짐의 시작인지’를 민감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역치에 대한 감각을 가진 리더만이 조직의 성장 곡선을 길고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회복 경쟁력
지속가능한 성과를 가르는 결정력
우리는 흔히 ‘끝까지 버티는 팀’을 강한 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스포츠의학 관점에서 보면, 무너지지 않는 팀이 아니라 무너진 뒤 더 빨리 회복하는 팀이 진짜 강한 팀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위기와 실패, 번아웃은 예외가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미세 손상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이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건강하게 회복 과정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회복을 우연에 맡기는 조직과 회복을 설계하는 조직의 성과는 시간 속에서 분명하게 벌어진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 조직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잘 회복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성과의 지속 여부는 회복 시스템의 작동 수준에 달려 있다. 회복은 선택이 아닌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