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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경제에서 중견국 전략까지,
한국은 지금 도약의 문 앞에 서 있다
다르시 드라우트-베하레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한국학 펠로우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한국학 펠로우로 활동 중인 다르시 드라우트-베하레스(Darcie Draudt-Véjares)는 한국 사회를 ‘골목길 정서’에서 ‘우주 산업’까지 입체적으로 연구하는 젊은 석학이다. 그는 한국이 후발주자임에도 우주 산업 전후방을 아우르며 빠르게 도약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 사회의 창의성과 회복력까지 주목하는 그의 시선은, 한국이 향할 ‘다음 문’을 향해 있다.

김나연

표창희 이미지
Profile

- 2024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아시아프로그램 한국연구 펠로우

- 2022 프린스턴대학교 공공·국제문제대학원 박사후 연구원

- 2021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 2021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박사(한국정치·외교 전공)

- 2013 미국외교협회(CFR) 미·한정책 프로그램 리서처

- 2013 연세대학교 한국학 석사

- 워싱턴포스트·FT 등 주요 매체에 분석 기고·인용 다수

먼저 본인 소개와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하고 계신 일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에서 한국학 펠로우로 일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D.C. 사무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카네기는 실리콘밸리, 인도, 브뤼셀, 베를린 등 전 세계에 센터를 둔 글로벌 연구기관입니다. 다양한 지역의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장점 아래, 네트워크 안에서 한국의 산업정책·외교 전략, 그리고 신기술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외부 관찰자이자 연구자로 보실 때, 한국 경제와 사회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제가 한국에서 살고 연구하면서 특히 중요하다고 느낀 특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근면함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놀라게 한 고속 성장을 이뤄냈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근면함이 오늘 한국 사회 전반에 깊이 스며 있습니다.
두 번째는 창의성입니다. 기술 혁신 산업, 게임, K-팝과 한류 등 한국이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를 보면 다양한 형태의 창의성이 핵심입니다. 예술적 창의성뿐 아니라 코딩, 문제 해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창의성도 포함됩니다. 저는 이 두 요소가 한국 경제를 이해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주 발사 성공과 더불어 ‘뉴 스페이스 이코노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하신 논문에서는 한국의 우주 전략을 어떤 시각으로 다뤘나요?

저는 과학자나 우주비행사가 아니라, 산업정책을 연구하는 정치학자입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우주경제(New Space Economy)’를 한국의 산업정책 관점에서 분석할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오늘날 우주 공간은 일종의 ‘붐비는 부동산’과 같습니다. 미국·러시아·중국·유럽우주국·일본·인도 등은 이미 위성과 발사체, 인프라를 갖춘 선도 플레이어이고, 한국은 후발주자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게 유리한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정부와 민간이 조율하며 전략 산업을 키워온 산업정책의 유산이 우주와 같은 복잡한 영역에 잘 맞는다는 점입니다. 둘째, 재료과학, 부품·장비, 반도체 등 우주산업에 필수적인 기존 산업역량과 KAIST, KARI 등 강력한 R&D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 한국이 ‘다음 단계’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준에서 볼 때, 한국 우주 산업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까요?

약점부터 말하자면, ‘따라잡아야 한다’는 시간의 문제가 가장 큽니다. 수십 년 동안 우주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미국·러시아·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동일한 궤도에 오르기까지 매우 빠른 속도의 성장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같은 민간 대기업까지 이미 ‘우주 부동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반대로 강점은, 한국이 우주 산업의 전후방 생태계를 함께 보려는 드문 국가라는 점입니다. 기존 제조업 기반과 정책 경험, 빠른 발전을 지향하는 사회문화가 합쳐지면서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상쇄할 수 있는 한국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논문에서 ‘파트너십’과 ‘중견국 전략’을 강조하셨습니다. 우주와 지정학의 접점에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우주 경제는 어떤 의미에서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우주는 어느 한 국가의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다른 나라와 경쟁·협력하는 구조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이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려 하기보다는, 적절한 파트너십을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미국과의 동맹은 당연히 중요한 기반입니다. 우주 기술이 상업·과학용과 군사용으로 동시에 활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dual-use)’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보 협력의 신뢰 수준이 높은 동맹국과의 협력은 큰 이점입니다. 동시에 중간 규모 우주 프로그램을 가진 유럽 국가들, 인도, 일본 등과의 협력에서도 한국은 ‘중견국(Middle Power)’으로서 상호 보완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이 이런 네트워크에서 가교이자 허브 역할을 할 잠재력이 크다고 봅니다.

한경협은 기업가정신을 재정립하고 확산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의 오랜 친구로서, 한국 기업과 청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으신가요?

한국인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창의성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기업가정신에서 매우 중요한 토대입니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모두 연습해야 하는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실패에서 배우는 태도입니다. 리스크를 회피하는 문화가 강한 산업계에서는 이 점이 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복적인 시도와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패 경험이 회복력(Resilience)을 키우는 핵심입니다. 한 번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그게 기업가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지역학에서 시작해 산업정책 연구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많은 선택과 우회를 경험했습니다. 어떤 것을 내려놓을 때 새로운 기회가 생겼고, 그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느낍니다. 한국의 청년과 기업이 이런 ‘과감한 시도와 회복력’을 함께 키워나가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