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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제·경영 환경 전망

2026년 한국경제
저성장 시대의 전환점과 새로운 균형

2026년 한국경제는 저성장을 벗어나지만, 산업별 회복 격차가 뚜렷해지는 전환점에 서 있다. 완화 기대와 구조적 제약이 공존하는 가운데, 향후 성장경로의 방향을 가늠해 본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6년의 한국경제는 여러 방향의 힘이 동시에 충돌하고 재배열되는 전환기의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2025년 내내 이어진 고금리와 환율 불안, 부동산·PF 조정, 글로벌 교역 둔화의 부담을 지나 경제는 저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지만, 그 반등은 과거 경기순환기처럼 탄력을 받기보다는 여러 제약과 새로운 동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전환기적 정상화’의 성격에 가깝다.
글로벌 환경 역시 한국경제의 복원력을 시험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은 연착륙에 근접했지만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공급 확대가 장기금리의 하락을 막고 있고, 기준금리 인하와 QT1 종료 선언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완충기능이 약화되며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남아 있다. AI 투자 열기와 높은 밸류에이션, 중국·유럽의 둔화는 한국경제에 기회와 부담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처럼 여러 요인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2026년은 단기 회복을 넘어 향후 중장기 성장경로의 방향이 결정되는 전환점의 한 해가 될 것이다.

  • 1.QT(Quantitative Tightening):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MBS 등 자산을 축소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 정책. 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긴 축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

GDP 1.7% 성장: 저점 이후의 복원력과 그 한계

한국경제연구원은 12월 보고서에서 2026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2025년의 1% 성장에서 벗어나 회복 흐름을 나타내지만, 잠재성장률(2%대 초반)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중요한 점은 이 회복이 전방위적 확장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차별화 속에서 나타나는 편중된 회복’이라는 점이다.
수출은 전체적으로 0.8% 증가가 예상되지만, 산업별 흐름은 상이하다. AI 반도체·차량용 반도체·전력반도체 등은 수요 확대가 이어지고 있으며, 조선·방산·2차전지는 중장기 수주잔량과 정책 수요가 기여도를 높인다. 반면 석유화학·철강·기계 등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관세·규제 부담으로 회복 폭이 제한적이다.
설비투자는 1.5% 증가가 전망된다. 반도체·AI·전장 중심의 기술투자가 이어지지만, 비IT 제조업의 투자 여건은 금리·환율·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완전히 살아나기 어렵다. 민간소비(1.6%)는 물가 안정과 고용 유지에 기반해 점진적 회복이 가능하나, 부채 부담과 교육·주거 비용 등 고정적 지출이 소비의 상단을 제약한다. 건설투자(2.9%)는 PF 조정 국면을 지나 실물투자 중심의 회복이 나타나겠지만, 이는 산업시설·SOC 중심의 정상화 성격에 가깝다.
한편, 성장경로상 리스크 요인을 살펴보면 반도체 슈퍼사이클 재강화 가능성, 미국 경기의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 SOC·산업시설 중심의 투자 확대 등은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미국·유럽의 통상 리스크, 중국의 저성장 고착, PF 구조조정의 잔여 부담, 원화 변동성 확대 등은 성장경로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내년의 회복은 ‘확장’이라기보다 ‘기반 회복 + 구조적 전환의 초기 단계’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금융환경의 전환: 완화 기대 속 긴장 심화

2026년 금융시장 환경의 특징은 ‘정책은 완화되지만 시장의 긴장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10년물 금리는 4.3~4.7% 범위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으며, 재정·국채·기술투자 요인이 금리의 하락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유동성을 떠받쳐 온 역레포2 잔고가 바닥을 드러낸 점은 시장 민감도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다. 완충장치가 사라진 시장에서는 국채 수급, 정책 발표, 지정학 이벤트 같은 단일 요인이 채권·주식·외환시장 전체로 빠르게 전가되는 환경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AI 랠리와 기술주에 대한 기대가 유지되는 가운데 밸류에이션 부담과 신용시장 취약성이 동시에 존재해 낮은 금리 대비 높은 변동성이라는 특징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10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채권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고, 이는 단기간 원화 매도 압력을 높였다. 같은 시기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ETF·미국채 투자 확대도 달러 수요를 키우며 환율을 1,470원대까지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외국인 자금 25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유출과 국내 달러 수요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기초체력 대비 더 빠른 속도로 상단을 실험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2026년 금융환경의 본질은 ‘완화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긴장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내년에도 1,370원 ± 40원 범위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의 폭이 더 중요한 변수로 부각된다. 기준금리가 2.50% 수준의 안정세를 지속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적 긴장은 2026년 한국경제가 감내해야 할 비용 요인으로 남을 것이다.

  • 2.역레포(Reverse Repo): 금융기관이 단기 유동성을 연준에 예치하고 국채를 담보로 이자를 받는 거래로, 시장의 초과유 동성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산업구조 재편: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힘의 이동

2026년의 산업 구조 변화는 업종별 회복 차이를 넘어,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스템 조건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반도체·전장·조선·배터리 등 기술집약 산업은 글로벌 기술수요와 정책지원이 결합되며 확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은 2024년 43.9% 증가해 전체의 21%를 차지했고, 조선·방산도 수주잔량이 15~20% 늘어나 중기 성장세가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석유화학·철강·기계 등 제조업은 공급과잉·규제·가격 경쟁의 3중 압력 속에서 뚜렷한 반전이 쉽지 않다.
이 격차는 단순한 수요 차이가 아니라, 2026년에 규제·제도 변화가 실제 원가 상승과 경쟁력 저하라는 현실적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EU CBAM3은 올해부터 탄소 인증·과금 단계에 진입하며, IRA·CHIPS는 공급망·원산지 요건을 강화해 한국 기업의 설비투자와 공급망 선택에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내수 여건도 구조 변화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2026~2030년 생산가능인구가 연평균 –0.7% 감소하는 인구·노동 구조 변화, 수도권·비수도권 간 인프라·비용 격차 확대 등이 결합해 산업별 회복력의 편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2026년은 ‘전체 산업이 함께 회복하는 해’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산업별·기업별 성장경로가 갈라지는 시기다. 이 분기점은 향후 경쟁력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3.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EU가 역내 탄소 규제를 회피한 수입품에 대해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탄소 누출 방지와 역내 산업 보호를 목표로 한다.

2026년: 한국경제의 새로운 S-Curve를 여는 기업의 시간

2026년은 향후 10년의 성장 축을 다시 정렬해야 하는 시기다. 인구 감소, 비용 상승, 규제 강화와 같은 제약 요인들은 성장률을 1%대에 묶어두려는 힘으로 작용하지만, 반도체·AI·조선·방산 등 일부 산업의 확장세는 기업이 새로운 S-curve로 진입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이 상반된 두 힘이 교차하는 지점이 바로 2026년이다. 여기서의 선택과 대응 방식에 따라, 한국경제는 저성장에 머무를 수도 있고, 성장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궤도로 이동할 수도 있다. 기술투자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내부 생산성 제고를 어떤 속도로 추진할 것인지는 개별 기업의 전략이지만, 이 선택들이 모여 향후 5년간 한국경제의 성장 경로를 사실상 결정하게 된다.
경제의 변화는 단기 실적에서는 미세하게 보일 수 있지만, 방향성이 한 번 정해지면 장기 성과의 격차로 나타난다. 2026년은 바로 그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해이며, 이 시기에 어떤 투자와 조정을 선택하느냐가 기업의 다음 단계 성장, 그리고 한국경제 전체의 새로운 S-curve 진입 여부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