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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명이
대화하는 플랫폼,

AI 시대 커넥션을
이끌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2013년에 창립된 AI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센드버드는 국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성공적으로 안착, 한국인이 창업한 기업 중 최초로 B2B 분야 유니콘에 등극했다. 10평 남짓의 작은 사무실에서부터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서기까지, 12년간 계속된 여정의 중심에는 늘 김동신 대표가 있었다. 수많은 장벽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도전을 거듭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혜원

사진 제공 센드버드

센드버드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인정한 글로벌 AI 스타트업이자 한국 최초의 B2B 유니콘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센드버드의 창업자로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센드버드는 기업용 인앱 채팅, 음성·영상 통화, AI 챗봇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기반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기업입니다. 2025년 기준 매월 3억 명 이상이 센드버드 플랫폼을 통해 대화하며, 한 달 처리되는 메시지 건수는 약 70억 건에 달하는데요. 시장 지표도 긍정적입니다. 현재까지 센드버드의 누적 펀딩액은 3,000억 원 정도로 롯데홈쇼핑, 쿠팡플레이, 크래프톤 등의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의 라쿠텐, 페이팔, 마야, 도어대쉬, 야후 등 글로벌 선도 기업이 선택했습니다.
센드버드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AI 기반 고객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새롭게 진화하고자 합니다. 고객 유치부터 유지까지 하나의 여정 안에서 AI가 고객 경험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업 초기 상황을 여쭤보지 않을 수 없는데, 창립 당시의 일화를 들려주시겠어요?

센드버드의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강남역 삼성타워 뒤편에 있는 10평짜리 작은 사무실에 공동창업자 네 명이 모였죠. 작은 규모의 시설에서 함께 악전고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무실이 협소해 책상 하나를 두 사람이 나눠 사용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고 아예 사무실에서 침낭을 펴고 생활했어요. 집과 사무실이 한 시간 반 거리였거든요.
당시 저희의 전략은 각종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회 상금이나 부상으로 주어지는 사무 공간이나 크레디트 등을 지원받으며 사업을 지속해 나갔어요.

글로벌 시장 진출은 대다수 스타트업이 가지는 목표일 텐데요. 사업 초기의 열악한 상황을 딛고 2015년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과정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셨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이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장벽에 부딪히느니 미국에서 발로 뛰며 ‘로컬의 힘’에 기대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2016년 ‘와이콤비네이터 프로그램’(Y Combinator Winter 2016 batch)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 생태계에 합류했습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트위치, 드롭박스 등을 배출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데요. 1만~2만 개 기업이 3개월 과정의 스타트업 보육 프로그램에 지원하지만 최종 선정되는 기업은 100개 안팎입니다. 데모 데이에 글로벌 VC 앞에서 발표를 진행했지만 기대만큼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초기에는 쉽지 않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에는 약 20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어요.
그해 11월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세계 4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슬러시’(Slush)에서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국제 무대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했음은 물론이고, 2017년 시리즈 A 라운드에서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의 메카라고 할 만한 샤스타 벤처스와 어거스트 캐피털로부터 약 2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센드버드는 2016년 실리콘밸리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이후, 불과 5년 만인 2021년 ‘한국 1호 실리콘밸리 유니콘’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요. 투자 유치 과정과 마케팅 전략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센드버드는 와이콤비네이터 프로그램을 계기로 글로벌 무대로 진출했습니다. 피치 결과에 낙담하기도 하고, 좋은 결과로 성장 기반을 다지기도 했죠. 한미 양국의 투자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체감했어요. 한국은 서류 절차가 까다로운 반면 미국은 맥주를 마시며 서명하는 등 상대적으로 캐주얼하게 투자를 확정하는 분위기거든요.
2019년 시리즈 B에서는 약 1,300억 원의 투자를 이끌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당시 저희가 경험했던 투자 방식과는 정반대로 말이죠. 아이코닉 캐피털이나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같은 톱티어 투자자들이 먼저 접촉을 시도했어요. 일부 투자자들은 센드버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함께할 구체적 시나리오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창업자가 아니라 투자자가 역으로 피치하는 경험은 저희에게도 놀라웠습니다. 기업 가치와 방향성 모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성사된 라운드라고 생각합니다.
2021년 센드버드는 시리즈 C에서도 약 1,300억 원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을 인정받아 유니콘 반열에 올랐습니다. 2019년부터 점점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세일즈 킥오프를 개최하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센드버드 광고를 게재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확장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센드버드가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AI가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와이콤비네이터 프로그램 졸업생 신분으로 센드버드의 대표자로서 2024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 유니콘(Unicorn) 기업으로 초청받아 전 세계 리더들과 교류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샘 알트먼 오픈AI CEO를 비롯해 각국 총리와 글로벌 CEO들이 AI 개발과 활용에 직접 뛰어드는 모습을 보자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핵심 역량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AI가 이토록 핫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째, 속도입니다. 법인을 설립한 이후 1~2년 만에 수천억 원대 매출을 달성하는 스타트업이 나올 정도로 빠르죠. 조 단위 매출을 달성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점점 단축되고 있습니다. 둘째, 실적입니다. AI 스타트업이 관심이나 가능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는 기술이라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셋째, 독점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인수를 시도하는 통에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합니다. 일주일 단위로 조 단위의 M&A 혹은 발표가 터지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AI를 도입할 때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AI 적용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AI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변화에서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대규모 AI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제품화 이전에 중단됩니다. 1년 생존율은 30%에 불과하고, 3년 생존율은 17%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짜 성과’로 연결되는 AI는 여섯 개 중에서 고작 하나뿐이라는 뜻이에요.
실패하는 조직들은 대개 몇 가지 공통된 어려움을 겪습니다. 경영진의 실행 의지 부족, 명확한 책임 권한 부재, 변화에 대한 조직 문화적 저항 등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AI 도입에 성공한 기업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AI 도입에 성공한 조직은 추진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더군요. 한샘과 롯데홈쇼핑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한샘은 상품 배송, 교환 및 취소 문의 등 반복되는 고객 문의를 AI 챗봇으로 전환했습니다. 경영진과 실무진의 주도로 명확한 기한과 책임을 설정한 덕분에 단 두 달 만에 상용화에 성공했고, 그 결과 현재 한샘 서비스센터의 과반에 AI 자동화가 적용됐습니다. 롯데홈쇼핑은 AI 기업 앤트로픽과 협업해 고객 응대, 상품 매칭, 콘텐츠 관리 등에 AI를 접목했습니다. AI 개발에 제로 베이스부터 투자해 리소스를 쏟기보다는 기술과 경험을 가진 곳과의 협업을 선택한 것이죠. 두 기업 모두 AI에 대한 리더십 의지, 명확한 목표와 책임 부여, 전문 파트너와의 협력 등으로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앞으로의 디지털 경제에서 AI 에이전트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AI 에이전트의 상호 작용만을 기반으로 거래가 수행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사람이 관여하지 않고도 말이죠. 이를 ‘A2A 경제’(Agent-to-Agent Economy)라고 합니다. 머지않아 모든 기업은 자사를 대변하는 AI 에이전트를 두고, 브로커 에이전트가 이들을 연결해 최적의 정보를 도출해 낼 겁니다. 물론 개인도 수십,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하게 될 테고요.

기업의 AI 도입 시 경영자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AI 에이전트는 빠르게 확산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주식 시장에서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도 가능해졌습니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의 영역에도 손을 뻗고 있습니다.
따라서 AI 도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첫째,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비즈니스 문제와 고객의 불편 사항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둘째, 그것이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 등 비즈니스 임팩트로 연결되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셋째, 기간과 투자 여력을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센드버드 역시 개발(Build)-측정(Test)-평가(Evaluate)의 3단계 프레임워크를 강조합니다. 파일럿 또는 최소 기능 제품(MVP)1을 개발하고, 실제 사용자의 피드백을 파악하고 성능을 측정하며, 성과를 평가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시작은 미미하더라도 6개월, 1년 뒤에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 1.Minimum Viable Product,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최소한의 기능을 구현한 제품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1954년에는 인간이 1마일(1.6km)을 4분 내로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통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신경학자 겸 운동선수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가 4분의 벽을 깨고 난 뒤 1,400명 이상이 그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단 한 명의 성공 사례만으로 가능했던 거예요.
AI 도입도 마찬가지입니다. AI는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많은 기업이 AI 도입에 성공해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AI 도입은 이제 기술이 아닌 의지의 문제입니다. 작은 성공을 거듭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AI를 도입한다면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