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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Focus

인구 절벽과 축소 경제의
현실 앞에서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

2024년 기준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을 기록하고 65세 인구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을 주축으로 한 전문가 13인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 도서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알에이치코리아, 2025)가 7월 9일 출간됐다. 출간 당일 개최된 북토크에는 공동 집필진인 한경연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 특별 패널 등이 참석해 인구 위기와 축소 경제 시대의 노동 시장 변화, 결혼·출산·일자리 문제를 폭넓게 논의했다.

정리 김혜원

사진 김동열

누구도 낭비되지 않는 사회를 향해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지금 ‘No one is wasted’, 즉 누구도 낭비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적 충격

최근 통계청의 중장기 전망에 따르면 50년 뒤 한국 인구는 지금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고, 최악의 경우 약 3,0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뿐만이 아니라 반세기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인구구조가 급격히 바뀐다는 점이다. 인구 밀도 감소에 따른 혼잡 완화 등 환경이 개선되는 장점도 있겠지만 사회 전반이 빠른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혼란은 크다. 즉 한국 사회가 맞닥뜨릴 충격은 축소되는 규모 자체보다는 속도의 압박이다.

구조적 불균형이 만드는 사회 균열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구가 고르게 줄어들지 않고 특정 연령대에서 출생아가 급감해 불균형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기준 출생아 수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었으나 이제는 25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와 같은 급격한 감소는 병원, 학교, 군대 등 사회 인프라 전반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지방 곳곳에는 문을 닫는 산부인과, 정원을 채우지 못해 비어 가는 학교가 생기고 있다.
앞으로는 노동 시장에서 네 가지 불균형이 동시에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전체 인력이 줄어드는 총량 불균형이다. 둘째, 사회복지업 등 특정 업종과 업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해당 분야의 인력은 줄어드는 부문 간 불균형이다. 셋째, 청년 인구의 급감으로 인해 세대 간 구성이 달라지고 노동 시장의 활력이 약화되는 세대 불균형이다. 넷째, 수도권과 지방 간 경제 인구수에 차이가 벌어지며 심화되는 지역 불균형이다. 불균형은 단순한 통계의 문제가 아닌 삶의 현장에서 체감되는 구조적 위기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줄어드는 인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 계층의 경제 활동 참여를 높이고 노동 생산성을 향상해야 하며, 노동 시장의 수요에 따라 교육 체계를 개편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또한 저출산 대응 정책을 적극 펼쳐 인구 감소 속도도 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나이·성별·출신 대신 사람을 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사람에게 맞춰진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의 조건에 적합한 일자리가 설계돼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개인의 역량이 빛을 발하도록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인구구조가 변화하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지금 ‘No one is wasted’, 즉 누구도 낭비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삶의 균형을 묻고 새로운 미래를 찾다
정철 이미지

정철

  •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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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필

  •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유민희 이미지

유민희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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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혜림

  • 방송인(전 원더걸스 멤버)
정동식 이미지

정동식

  • K리그 축구 심판

인구 감소의 현실

진행자 우리나라 인구 감소, 정말 심각한가요? 지금,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정철 현재 우리나라 인구 수준을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약 2.1명이어야 하는데 실제 수치는 0.7명대입니다.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인구 고령화와 청년층 축소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큰 문제인데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분석과 창의적 해법으로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육아의 현실

진행자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들어보겠습니다. 우혜림 님은 원더걸스 멤버에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셨는데,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우혜림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균형’을 많이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일정을 아이 중심으로 맞추게 되는데, 제가 방송 일도 같이 하다 보니 일과 제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최근 둘째가 태어나면서 다시 균형을 찾고 있습니다. 감사한 점은 저 혼자서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거예요. 제가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물론 힘들지만 두 영역이 서로 시너지를 주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를 낳아서 기르며 긍정적인 힘을 많이 얻으니까요.


진행자 세 아들을 키우는 정동식 님께서는 어떠십니까?


정동식 솔직히 아이를 셋이나 키우기란 무척 힘듭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그만큼 국가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느껴지는데요. 다자녀 혜택을 받는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실제 체감되는 수준은 미비합니다. 육아 휴직 제도가 있지만 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니 활용률도 낮고요. 우리나라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정부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진행자 올해 초 한국경제연구원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인식이 어떻습니까?


유민희 미혼자는 결혼과 출산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기혼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이 출산의 전제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특히 여성에게는 결혼과 출산이 굉장히 복합적인 고민으로 다가오죠. 교육 수준과 능력은 높아졌는데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여성의 경력 단절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인력 손실이자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므로 사회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이 여성에게 불이익이 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해소해야 출산 장려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직업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

진행자 직장이나 직업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나요?


한재필 실질적인 정보가 부족한 탓에 직업을 경력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여전하지만,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며 고용의 지속성보다는 경력의 연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식만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보를 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죠. 학벌 중심 채용에서 벗어나 진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축소 경제 시대

진행자 2030 세대를 ‘N포 세대’라고도 부르는데, 포기할 것이 많은 2030 세대가 축소 경제까지 직면해야 한다는 현실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2030 세대가 축소 경제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기는 무엇일까요?


정철 ‘나’에서 출발하는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시대에 정답이라는 것이 따로 있겠습니까. 정답 인생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만의 리듬과 나만의 속도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경로를 설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2072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절반이 고령자라고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지만 결국 이러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면, 어떤 경제적 기회를 찾아야 할까요?


한재필 굉장히 충격적인 전망이지만 고령화를 비관적인 미래로만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측면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고령층은 더 이상 수동적인 돌봄 계층이 아니라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소비 계층이자 노동 인구입니다.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늘어나며 자기 계발, 레저, 여행 등 다양한 소비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들의 개별적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죠. 이는 우리 사회의 자원 배분과 시스템 설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계기이자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행자 축소 경제에 무사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유민희 물론입니다. 현재 출산과 양육 지원 등 가족 친화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몇몇 있는데요. 모든 기업에서 이를 도입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소규모 기업은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업무를 재조정할 여유 인력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인건비 부담도 크고요. 더 많은 기업이 가족 친화 경영에 동참하려면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임금 보조를 넘어서 실질적 컨설팅과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고, 기업과 개인이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죠.

마무리

진행자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무거운 주제와 솔직한 현실을 다뤘지만,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오늘 어떠셨나요?


정철 인구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요즘입니다. 출산율에만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사회로 전환해 나간다면 축소 경제에서도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 같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사회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주는 그런 세상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