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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2025 KOREA

기업이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APEC 2025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가 가장 세계적인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올해 10월, 아·태 지역의 정상과 기업인, 학계가 한자리에 모여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가 맞닿는 경주에서 우리의 내일을 좌우할 이야기가 펼쳐진다.

윤성미 2025년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

의전기획관 이미지

Profile

  • APEC 2025 고위관리회의 의장(2024.12.~)
  • 주제네바 대표부 차석대사(2022.10.)
  • 의전기획관(2020.11.)
  • 주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2015.7.)
  • 유엔과장(2011.12.)
  • 외무부 입부(1994.5.)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에 앞서 10월 26일부터 31일까지는 CEO Summit 등 굵직한 경제인 행사도 개최될 예정이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APEC 회의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우리의 역량을 세계에 알릴 중요한 무대다. 그러나 외교적 의미를 넘어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APEC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1개 회원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지역 경제협력체로 전 세계 GDP의 약 62%, 무역의 약 51%를 차지한다. 1989년 출범 이후 무역·투자 자유화, 디지털 경제, 구조 개혁 등 굵직한 글로벌 경제 현안을 다뤄 왔다. 특히 무역·투자 자유화의 실질적인 수혜자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인식 아래, 민·관 파트너십을 중시하며 기업의 제도적 참여를 보장해 왔다.

기업이 참여하는 협력의 장

각 회원이 추천한 기업인들로 구성된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는 매년 네 차례 회의를 통해 산업계의 현안을 모아 낸다. 이후 정상회의 기간의 ‘정상–ABAC 대화’와 CEO Summit에서 이러한 제언이 정책 결정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관료적 절차 없이 기업이 정책 방향을 파악하고 제안을 건넬 수 있는, 사실상 ‘직통’ 창구인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기업의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이어지고, 다시 제도로 환류되는 선순환을 촉진한다.
대표적인 성과가 APEC 기업인 여행 카드(ABTC)다. 1997년 도입된 이 제도는 회원 기업인들에게 비자 면제, 신속 통관 등 출입국 편의를 제공한다.
현재 한국 기업인 4만여 명이 활용 중이며, 최근 모바일 카드까지 도입되면서 효용은 한층 커졌다. 사소해 보이는 제도 개선이 기업의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주는 대표적 실용 외교의 사례다.

아이디어의 요람, APEC

APEC은 또한 ‘비구속적 협력체’라는 특징을 지닌다. 합의에 강제력은 없지만, 바로 그 유연성이 새로운 의제를 시험하는 힘이 된다. 인공지능, 인구구조 변화, 문화 산업과 같은 비교적 신흥 과제들을 자유롭게 논의하고 국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이 때문에 APEC은 ‘아이디어의 요람’으로 불린다.
올해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이러한 APEC의 개방성과 창의성을 토대로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삼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한국이 APEC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비전이자 앞으로 아·태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축하고 있다.
우선 ‘연결’은 단순한 무역·투자 자유화를 넘어 물리적 인프라와 제도, 인적 교류 전반에 걸친 연결성을 강화해 역내 경제 통합을 한층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혁신’은 디지털 강국으로서 우리나라가 디지털 격차 해소와 AI 등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노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번영’은 에너지, 식량 안보, 인구구조 변화와 같은 글로벌 차원의 도전에 공동 대응해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올해 APEC이 집중해야 할 핵심 의제로 AI 협력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제시했다. 이러한 의제들은 아·태 지역의 경제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APEC 정상 차원에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합의 사항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APEC의 개방성과 창의성을 토대로 ‘우리가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삼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한국이 APEC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비전이자 앞으로 아·태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축하고 있다.”

AI 협력: 모두를 위한 성장 엔진

첫째, AI 협력이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 제조업, 서비스업, 물류, 의료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개발 과정에서의 접근 장벽, 데이터 편향에 따른 불공정성, 개인정보 보호 등 복잡한 윤리적 과제도 뒤따른다. 이에 한국은 AI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모든 회원국에 성장 엔진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APEC 차원에서 공동 비전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며 ‘APEC AI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이 이니셔티브는 공공, 기업, 노동자, 소비자 등 모든 참여자의 AI 역량 강화와 지속 가능한 AI 인프라 투자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로 한다. 지난 7월, ABAC 위원들이 ‘지속 가능한 AI 인프라 투자에 관한 자발적 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러한 제안에 대한 산업계의 공감과 지지를 잘 보여 준다.

인구구조 변화: 위기를 기회로

둘째, 인구구조 변화 대응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APEC 회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 과제다. 노동 인구의 감소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고령화는 보건·돌봄 수요를 급격히 늘려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 소비 시장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우리나라는 APEC 차원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를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사회 시스템 구축, 기술 혁신을 통한 건강·돌봄 서비스 강화, 인적 자원 이동성 제고, 여성과 청년의 경제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인구 문제를 성장 기회로 전환하려는 접근이다. 이 프레임워크가 기업들의 장기 인력 관리와 ESG 경영 강화에 유용한 틀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의제만큼 중요한 것이 논의의 방식이다. 한국은 올해 네 차례의 고위관리회의(SOM)를 비롯해 해양, 인적자원, 교육, 통상, 반부패, 디지털·AI, 식량안보, 여성, 문화 산업,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장관급 대화를 주재했다. 특히 APEC 최초로 ‘문화산업고위급대화’를 개최해 문화 창조 산업을 아·태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향후 APEC 차원에서 이 논의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제3차 고위관리회의에서는 AI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주제를 놓고 이틀간 민·관 대화를 열어 기업·학계·시민사회의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해 규제 혁신, 과감한 R&D와 인프라 투자, 체계적 인재 양성과 글로벌 인재 유치 등 실질적 제언을 내놓았다. 추상적 담론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과제와 개선 방안을 APEC의 논의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남은 과제는 이러한 논의가 오는 10월 정상회의에서 구체적 성과로 결실을 맺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경주

다가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의 주요 정상들과 글로벌 빅샷 기업인들이 대한민국 경주에 모인다. 특히 APEC 정상회의와 함께 열리는 CEO Summit에는 세계적 기업 CEO, 스타트업 창업자, 경제 석학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금번 정상회의 성과에 주목함과 동시에 이 자리에 참여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는 인사들의 시각을 직접 듣고, 협력 기회를 모색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