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합의
한미 경제 동맹,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7월 31일(한국 시간) 한미 간 통상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며 양국 간 큰 틀의 합의점이 마련됐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지속되던 불확실성이 일단락됐으나 통상 전문가들은 향후 진행될 세부 협상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한경협은 8월 5일 한미 양국 전문가를 초청한 가운데 「진화하는 한미 경제 동맹: 관세를 넘어 기술 및 산업협력으로」 좌담회를 개최해 협상 결과에 따른 영향과 후속 대응을 전망했다.
글 김혜원
사진 김동열, 신규철
한미 전문가 5인, 양국 협력의 해법을 논하다
이날 좌담회에는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의장 등 미국 전문가와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등 한국 통상 전문가 등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의 개회사 이후 진행된 1부에서는 미국 전문가들이 화상 연결을 통해 미국 관점의 평가와 시사점을 발표했다.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투자 약속이 실제 미국 내 생산 확대와 연계돼 양국 간 무역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크로닌 의장은 핵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한국은 향후 미국의 탄탄하고 유능한 동맹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을 시사했다.
2부 패널 토론에서는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과 한국 통상 전문가들이 자리해 한미 양국 경제 협력의 진화와 한국 경제계의 대응 방향을 점검했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의 합의로 일정 부분 시장 불안을 잠재운 것이 이번 협상의 성과라는 데 동의했다. 이어 팀 코리아로 민·관이 머리를 맞대어 세부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다채로운 협상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통상 협상은 한미 간 경제 동맹의 가치와 잠재력,
첨단산업 협력 등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최적의 해답을 찾기 위한 레이스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단순 수치로 표시되는 관세를 넘어, 한미 동맹이 기술과 산업 협력으로 진화하는 단계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

기조 발제


제프리 쇼트(Jeffrey J. Schott)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위원
“미국의 FTA 교역국 중 프레임워크 협상을 마무리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며,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EU와 일본 대비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향후 행정명령에 따라 협상 내용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한미 무역 협상의 요지
➊ 이번 프레임워크 협상은 특히 자동차 부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은 자동차 부문 관세 25%를 적용받고 있으며 조정 여부는 불확실하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중 약 70%가 자동차 수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추가 조치를 주시해야 한다.
➋ 한국은 3,500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중 약 40%는 조선업에 해당하며, 이는 미국 조선업의 역량 강화는 물론 한미 방산 협력이 확장될 가능성도 시사한다.
➌ 한국은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LNG와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 이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향후 주요 이슈 및 고려 사항
➊ 양국의 교역 확대에 기여한 기반으로서 한미 FTA의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 향후 공급망 확장에 관해서는 CPTPP 등을 통한 파트너십 강화도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➋ 1977년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관련한 법원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판결에 따라 향방은 달라지겠지만 2026년까지 상호관세 지속 전망이 우세하므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➌ 이번 협상은 한국의 대미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한미 협력을 통해 조선과 반도체 등의 분야가 새롭게 성장할 것이다.
Q. 한미 FTA의 경제적 혜택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또 한미 동맹의 다음 단계를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APEC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아·태 경제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A. 한미 FTA는 경제·안보 보험 장치로서 여전히 가치와 효과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 양국의 긴밀한 상호 의존성을 뒤흔들 수도 있으므로 단기적 충격을 줄이고 장기적 협력을 늘릴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합니다. 조선, 에너지, 반도체와 같은 전략적 부문에서 말이죠.
계속해서 협력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있는데,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APEC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핵심 과제는 CPTPP 국가들과 협력을 심화하고 신규 회원국을 유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패트릭 크로닌(Patrick M. Cronin)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의장
“최근 미국의 주요 산업이 쇠퇴하는 양상을 통해 산업적 자립성과 동맹 기반 협력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한국 산업은 글로벌 가치 사슬을 재정의하며 혁신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신뢰할 만한 동맹국과 협력해 전략적으로 산업을 통합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합니다.”한미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5대 핵심 분야 제안
➊ 방산 산업 파트너십 강화
전통적인 안보 협력을 넘어 방위 산업 통합 파트너십으로 확대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는 패스트 트랙 절차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보안과 AI 기반 지휘 통제 시스템이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➋ 조선 및 해양 산업 협력
한국의 세계적인 조선 기술을 활용해 MRO 역량과 해양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➌ 반도체 공급망 구축
미국이 TSMC와 협력해 생산 기반을 강화했듯이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으로 안전한 전 주기적 생태계(희토류 확보, 가공, 설계, 생산, 패키징, 테스트)를 공동 구축해야 한다.
➍ 에너지 안보
1,0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에너지 협력 기금으로 장기적 LNG 공급 계약 체결, 소형 모듈 원자로(SMR) 공동 개발 등을 통해 한국의 에너지 다변화에 활용할 수 있다. AI 및 디지털 산업의 전략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전기차,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한국이 특화된 분야를 활용할 수 있다.
➎ 제도화된 전략적 경제 협력 체계 구축
한미 양국 정부가 협력해 경제·안보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Q.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 이슈 속에서 한국 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A. 중국은 전략적으로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고, 향후 10년간 기술 패권 경쟁은 치열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각국은 포지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요 공급망과 기술적 역량을 확보하고 여러 동맹국과 협력해야 하죠. 모든 국가에 필연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패널 토론


정철
-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

유명희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최석영
- 법무법인 광장 고문

이재민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관세 협상에 대한 평가
유명희 시간 압박이 상당했을 텐데도 적기에 협상을 타결했다는 점에서 선방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는 무역 제도 전반을 재편하는 수준의 대전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5% 이하로 관세를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겁니다. 전례 없는 투자 펀드를 양국이 어떻게 조성하고 운영할지 디테일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네요.
최석영 비슷한 생각입니다. 최악의 국면을 피했다는 데서 의의가 있지만 한미 FTA와 자동차 관련 내용은 다소 아쉬운데요. 통상 협상과는 별개로 안보가 차기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안보, 무역이 동떨어진 의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된 만큼 양국이 윈윈하는 방향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이재민 이어서 말씀드리자면, 한미 FTA 체결 이후 고작 13년이 지났는데 체감상으로 130년에 필적할 정도로 통상 질서가 급변했습니다. FTA가 견디기 어려운 상황으로 심화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정철 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한미 FTA 보유국으로서 많은 전략적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관세 분야를 제외하고는 FTA가 무력화되지 않았고, 공동위원회 등 협상 채널이자 보호 메커니즘으로서 활용할 여지도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이에 대한 제언과 함께 후속 조치의 향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내 산업 영향 및 정책 대응 과제
유명희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활용해 미국 내 생산과 소비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국제 교역 질서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할 시점이겠죠. 한국의 투자가 미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는 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요. 어떠한 무역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조선업 외 다양한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합니다. 정부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 제고 등의 조치로 한국이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하고요. 한국의 제조 경쟁력과 미국의 첨단 기술력에 기반한 협력 프로젝트를 선정해 한국이 금융을 조달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비관세장벽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과 선진화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물론 CPTPP와 같은 지역 경제 협정 참여 확대, 국내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계 확대 등도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죠. 이를 위해 정부는 통상 다변화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재민 조선과 반도체 등에서 전략적 활용이 가능했던 까닭은 우리가 해당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국가적 차원의 지원으로 핵심 기술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합니다. 비관세장벽은 적극적인 설명과 제도 정비로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미 양국 공동위원회와 실무 협의 등에서 지속적으로 조율해야겠죠. 마지막으로 한미 FTA 활용 방안인데요. FTA에서의 ‘투자’ 장은 지식재산, 계약권 등 광범위한 자산과 설립부터 매각까지 전 과정을 다루기 때문에 투자 범위와 운영 방식을 구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석영 8월 1일 미국이 발표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8월 7일부터 원산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40%에 달하는 추가 관세와 추가 벌금이 부과됩니다. 국내 기업이 원산지를 더욱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죠. 이 같은 미국의 조치는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원인인데요. 단순 행정명령이 아닌 의회 입법화를 통해 제도화됐기 때문에 향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조 자체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우리의 외교적 레버리지(leverage)인데, 저는 미국과 협상한 나라 중에 한국이 가장 강한 레버리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조선, SMR, 방산,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산업 경쟁력이 강하거든요.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는 지금,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정책 제언 및 마무리
정철 세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우리가 유념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언을 끝으로 토론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민 지난 6개월 동안 ‘Post-WTO’, ‘Post-FTA’ 시대가 열린 것 같습니다.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차원의 민·관 협력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석영 다자무역 체제가 무너지고 양자 협정도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입법과 정책을 정비해야 합니다.
유명희 현재 미국 관세는 18%로, 1934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고관세 시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정부는 기업에 각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어떠한 무역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