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합의

관세 휴전과 합의 이후,
세계 질서가 마주할 새로운 국면

지난 7월 미국은 일본과 EU 등 세계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을 연이어 마무리했다. 국제 교역 질서의 긴장이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도 잠시, 각국의 전략적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EU·미 관세 휴전, 그 평가와 EU 통상 정책의 향후 과제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Ignacio Garcia Bercero) 브뤼겔연구소(Bruegel) 선임연구원

지난 7월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에서 합의된 EU·미 무역 협정은 유럽 내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으나,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에게는 뚜렷한 성과로 평가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합의를 역사적인 협정으로 평가하며, “다자 기구의 막연한 열망이 아니라 공정하고 균형 잡힌 구체적인 국익을 지향하는” 개혁된 세계 무역 질서의 토대라고 말했다.1 하지만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는 이를 “암울한 날”이자 “굴복” 행위라고 표현했다.

  • 1.뉴욕타임스 기고문, 2025.8.7.

평가

7월 합의를 균형 있게 평가하려면 경제적·지정학적 함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2 이번 합의에서 가장 구체적인 내용은 관세 조항이다. 미국은 이 조항에서 15% 관세 부과에 합의했다. 이는 다른 합의와 달리 기존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포함하고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목재에도 적용된다. 철강과 알루미늄의 경우 할당관세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나,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여러 부문에서 MFN 관세만 적용될 예정이며 그 안에는 15%를 초과하는 관세 대상 분야도 포함된다. EU는 모든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산 농수산물에는 광범위한 특혜적 시장 접근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관세 협정으로 EU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캐나다와 멕시코 제외)이나 영국처럼 대미 무역적자가 없는 국가들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는 EU 기업들이 제3국에 비해 유리한 경쟁적 지위를 유지하는 ‘관세 휴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EU는 사실상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한 데 반해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약속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협정은 WTO 제24조에 부합하는 잠정적 FTA로 보기 어렵다.3
비관세 부분은 상대적으로 모호하며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주요 내용은 ①향후 4년간 에너지 상품 구매 및 투자 확대 ②자동차 규제, 표준, 적합성 평가 및 배출기준 적합증명서 간소화 등 비관세 무역 장벽 축소에 대한 약속으로, 이는 상호 약속에 기반하며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TTIP) 당시 시작된 과업의 연장선에 있다. 이와 함께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나 산림 파괴 규제 등 EU 법률과 관련된 몇 가지 구체적 약속도 포함돼 있으나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간소화 의제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마지막은 ③경제안보 및 기타 상호 관심 분야에 관한 일반 협력 조항으로, 비관세 약속은 원칙적으로 레드 라인을 위반하거나 EU의 규제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로 보이지 않는다.
이번 합의에 대한 반발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EU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명백히 불균형한 무역 협정 체결을 수용했다. 더 나아가 이번 합의 발표는 무역 적자가 불균형의 신호라는 미국의 논리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WTO에 합치하는 자유무역 지대가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에 특혜적 관세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다자무역 체제의 핵심 축인 EU의 역할을 약화시킨다.

  • 2.「상호적이고 공정하며 균형 잡힌 무역 협정에 관한 EU·미 프레임워크 공동 성명」, 2025.8.21.
  • 3.한국은 미국과 WTO에 합치하는 FTA를 체결했으나 미국이 무기한 상호관세를 도입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미 특혜 대우가 계속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EU 통상 정책의 향후 과제는?

EU가 미국·중국 외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상 정책을 전환한다면 이번 협정의 지정학적 비용은 상쇄될 수 있다.
EU의 전략적 통상 정책의 우선 과제는 규칙 기반 무역을 지지하는 국가들과 광범위한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4 이 동맹은 네 가지 약속을 토대로 성사될 수 있다. ①다자간 임시상소중재약정(MPIA)에 참여해 통상에서 2단계 분쟁해결제도 등 WTO 규칙을 존중하겠다는 약속과 ②상품 및 서비스에 관한 WTO에 합치하는 FTA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거나 체결하겠다는 약속(이러한 FTA는 원산지 규정 공통의정서를 통해 연계돼야 한다), ③최빈개발도상국에 대한 무관세 및 무쿼터 접근을 유지하고 투자 촉진과 글로벌 가치 사슬 통합을 용이하게 해 취약국을 지원하겠다는 약속과 ④대대적인 WTO 개혁 의제에 협력하고 WTO 규범 현대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개방형 복수국 간 무역 협정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러한 개방형 복수국 간 무역 협정에는 디지털 무역, 경제안보, 공급망 회복 탄력성, 무역-기후 연계 협력과 관련한 규범이 포함될 수 있다.
EU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회원국들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약속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국가, 한국, 이상적으로는 남미공동시장(Mercosur) 및 일부 아세안 국가 등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와의 개방적인 협력을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현재 다자간 합의를 통한 분쟁 해결 개혁에 전망이 없다는 고려하에 한국은 MPIA 불참을 재고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규칙 기반 무역을 지지하는 광범위한 연합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관세와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으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무역 체제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그 결과 중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WTO의 근본적 개혁에 건설적으로 참여할 경우 글로벌 무역 체제를 보다 야심차게 재편할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 4.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글로벌 무역 전환에 EU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브뤼겔연구소(Bruegel) 분석, 2025.5.21. 참조
일·미 관세 합의 이후 일본 경제 부정적 효과 지속

키우치 타카히데(木内登英)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일본 실질 GDP -0.55%p, 경기 둔화 확률 약 50%

지난 4월 이후 계속 진행된 일·미 간 관세 협상이 7월 22일(미국 시각) 전격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이 7월 일방 발표한 일본의 상호관세율 25%는 15%로 줄어들었고, 4월부터 적용됐던 자동차 관세 25%도 9월부터 15%로 인하됐다. 이번 합의로 인한 실질 GDP 영향은 –0.55%p(1년)로 추정된다.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되기 전까지는 수치가 -0.60%에 이를 전망이다. 상호관세를 25%로 인상할 경우 예상되는 경제 효과가 -0.85%인 것과 비교하면 이번 관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여전히 경제적 손실은 큰 상황이다. 실질 GDP의 0.55% 감소는 일본의 평균 1년치 이상의 실질 GDP 성장을 상쇄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과 관세발 GDP 감소 효과로 인해 일본 경제가 향후 1년간 완만한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약 50%로 추정된다.

일본, 미국산 수입품 확대하기로 합의

미국 정부는 일·미 관세 합의에 따라 일본이 옥수수, 대두, 바이오에탄올 같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80억 달러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미국산 쌀 수입도 즉시 75%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산 쌀 수입 확대가 기존의 미니멈 액세스(무관세 또는 저율 관세 수입 할당) 범위 내에서 이뤄지며, 해외에서 수입하는 쌀의 총량은 변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편 일본의 연간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액도 수십억 달러 증액된다. 미국 언론은 일본의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액이 연간 140억 달러에서 17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더욱이 일본은 보잉 항공기 100대를 포함해 미국산 민간 항공기도 구매할 예정이다. 양국은 알래스카산 액화 천연가스(LNG)에 대한 새로운 협정도 검토하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이번 일·미 합의에 대해 양국은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매년 수십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가 이번 협정에 따른 추가 조치가 아닌 기존 계획의 범위 내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미 합의가 일본의 대미 흑자를 반으로 줄일까

1차 일·미 관세 협상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무역 적자를 없애고 싶다”고 밝혔다. 궁극적인 목표는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를 없애는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는 8조 6,000억 엔에 달했다. 아래 표는 이번 합의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에 미칠 영향을 추정해 정리한 것이다. 우선 15%의 상호관세 부과로 일본의 대미 수출액이 약 2조 2,000억 엔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며, 일본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로 대미 수입액은 1조 1,700억 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산 군사 장비 수입이 30억 달러 증가하면 일본의 미국산 수입은 약 4,400억 엔 증가하게 된다. 2024년 회계 연도 실적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이 보잉 항공기 100대를 구매하면 일본의 대미 수입액은 2조 4,000억 엔 늘어난다. 이를 모두 합하면 이번 합의로 인한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는 약 6조 2,000억 엔 감소하는데, 이는 2024년 무역 흑자 8조 6,000억 엔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가 이로써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일본 정부에 따르면 군사 장비 수입은 추가 구매가 아닌 기존 계획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대미 무역 흑자 축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보잉 항공기 100대 구매 합의의 경우, 일·미 합의 이전에 일본 항공사들이 이미 구매하기로 한 항공기가 다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번 합의에 따른 추가적인 군사 장비 수입이 없고 보잉 항공기 100대 중 절반만이 합의에 따른 구매라고 가정해 이번 관세 합의의 영향을 다시 계산해 보면,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감소액은 약 4조 5,700억 엔으로 2024년 무역 흑자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협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는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 해소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관세 문제,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세 문제가 현재 일·미 합의로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합의로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를 상당히 줄이지 못한다고 인식할 경우 미국은 대일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해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다시 올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의 합의 이행 상황을 분기별로 검토해 불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상호관세율을 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은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트럼프 행정부에 불공정 관세 철폐나 대폭 수정을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이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양자 협상 때보다 더 큰 협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관세 인하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관세의 영향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경기가 약화되면 미국 내에서 트럼프 관세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 스스로 여론에 대한 대응으로 관세를 낮출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관세율은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현재의 일·미 관세 합의가 곧 관세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