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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전 달성,
미래 산업의 경쟁력 확보로부터

한국 경제는 저성장, 인구 절벽, 산업 정체 등 대내적 불안과 강대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질서 재편에 따른 대외적 불확실성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정부 출범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한 지금, 경제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를 재도약시킬 동력을 미래 산업에서 찾았다.

정리 김혜원

한국 경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현재 한국 경제는 심각한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통해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 수출 세계 8위라는 위상을 확보했지만 경제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저성장 고착화, 인구 절벽과 고령화, 산업 경쟁력 둔화 등의 위기가 한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은 우리 기업들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된 지금, 재도약을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구조적 전환이 절실하다. 새로운 성장 잠재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과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 속에서 주요 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벌써 경쟁국들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0대 신산업 분야에서 현재의 제약 요소를 진단하고, 기업의 자율적 혁신을 지원하며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을 꼽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등 종합 생태계 구축

미국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약 700조 원), EU 기가팩토리 구축 계획(약 300조 원) 등 주요국의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초거대 AI 기반의 글로벌 산업 지형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중심의 전방위적 AI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하지만 데이터 규제 등으로 인해 AI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셋 구축을 위한 정책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하다. 데이터센터에 필수인 대규모 전력 공급 문제 또한 AI 생태계의 구조적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 대상에 AI 데이터센터를 추가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데이터는 AI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므로
공공·민간 데이터의 결합과 활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AI 시대에 맞게 데이터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해 AI 클러스터와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연계하고, 대체 전력원으로 SMR 개발을 촉진하는 등 혁신적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공공·민간 데이터를 총괄 관리하는 데이터청을 신설하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활용 가능한 양질의 데이터셋을 구축·관리하는 것도 AI 생태계의 인프라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25년 준공 및 서비스 예정인 경북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조감도(경상북도 제공)
항공·우주

미래를 여는 로켓, 우주 강국을 향해

정부는 2024년 5월 우주항공청을 출범하며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을 선언했지만, 현실에는 제약 요소가 많다. 한국의 우주 예산은 미국의 0.86%에 불과하며, 한·중·일 중에서도 가장 낮다(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2023 우주산업실태조사). 대형 엔진, 우주관측 센싱 등 발사체 핵심 기술 역시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글로벌 우주 전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주 산업의 70%를 차지하는 지상 장비, 위성통신 서비스 등 민간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 주도하에 2027년까지 최소 연 1조 5,000억 원의 우주 예산이 확보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책연구소의 기술 체계를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변화도 요구된다. 국책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을 과감하게 민간에 이전하고 기업이 우주 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안보와 무관한 정부·공공 위성 영상을 민간에 공개하고, 위성·발사체·AAM(도심항공교통)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과 R&D 지원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주항공 5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명확한 우선순위와 실천 의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민간 중심의 산업 전환과 현실적인 정책 지원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진짜 로켓이 될 것이다.

로봇

실질적 지원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AI 기술 혁신에 따라 로봇 산업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은 로봇 산업에서 선진국에 비해 아쉬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제조용 로봇의 종합 경쟁력은 주요 6개국1 중 5위 수준이며, 부품 국산화율은 44%에 불과하다. 로봇의 핵심 부품인 감속기 등 구동부의 수입 비중은 80.4%나 된다. 게다가 정부 지원 아래 비약적으로 발전한 중국 기업에 국내 로봇 시장이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공공 부문에서 재활, 택배, 쓰레기 수거 등의 기능을 갖춘 국산 로봇을 우선 도입해 초기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 기업의 저가 공세를 모니터링하고 반덤핑 조사, 관세 인상, 보안 검사 등의 규제 수단을 마련해 방어 조치를 시행할 필요도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기술 확보다. 국산 첨단로봇 핵심 기술과 부품에 대한 실증과 상용화 촉진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운영하고, 해외 로봇 기업을 인수할 경우 세제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 이처럼 종합적인 정책 지원으로 로봇 산업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해야 할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안보·공급망 차원의 산업 생태계 구축

바이오 산업은 보건 안보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망한 신산업이다.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정밀제조 기술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국내 의료기관의 국산 기기 사용률은 60%를 겨우 넘는 수준이고, 신약 개발 경쟁력은 아직 열위로 평가받고 있다. 실험과 임상, 생산을 위한 바이오 소부장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투자가 부족해 공급망 불안정성이 상존하는 문제도 있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성공 확률도 현저히 낮다. 후발 주자로 개별 기업의 역량에 기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전자 편집 기술 이후 합성생물학 등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분야에서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국내 세포와 유전자치료제 생산설비 구입에 세제 혜택과 투자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안보와 공급망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부장 분야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개량 기술과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글로벌 선도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바이오소부장 공급처의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방위

시장 선도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 적기

방위 산업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자 어려운 대외 환경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 증대에 기여하는 전략 산업이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나, 경직된 규제와 투자 부족으로 인해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속한 기술 개발과 생산을 위한 유연한 법·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국방 추진 체계와 군사 위성 등 방산 기술은 일부 국가만이 보유한 핵심 기술이다. 최근 국제안보 분야의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이들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물론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방위 산업이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하려면 보다 과감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다만 방위 산업은 국민 세수로 진행되므로 영업이익률이 일반 제조업에 비해 낮고, 규제 산업적 특성 때문에 연구개발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방 연구개발 예산을 증액해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산업의 경쟁력 측면뿐 아니라 민수 분야 업체의 신규 진입 활성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미래형 친환경 선박

실증 인프라 확보를 기반으로 경쟁력 강화

조선업은 고용과 생산 유발 효과가 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견인한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기간 산업이지만, 최근 중국에 추격당하며 세계 점유율이 둔화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조선업 재구축 전략2을 추진하고 전기추진 선박 등 미래형 친환경 선박 기술 수요가 증가하며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한국 조선업의 기술 주도권을 다시금 확보하려면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이 우선일 것이다. LNG 운반선과 상업용 선박의 신규 건조, 군함 MRO, 차세대 선박 협력 등과 같이 사업성이 확실한 분야를 선정하고 협상을 통한 참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형 친환경 선박 건조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증 인프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전부, 배전부, 추진부를 포괄하는 수십 메가와트급 규모의 통합 실증센터를 조속히 구축해 전기추진 선박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촉진해야 한다. 무인 자율운영 조선소 구축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함께 친환경선박법 개정을 통해 국적 선사의 친환경 선박 전환을 유도하는 등 관련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HD한국조선해양이 2030년을 목표로 개발에 나선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조감도(HD한국조선해양 제공)
생분해 플라스틱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전략적 정책 구축 필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생분해 플라스틱의 퇴비화 기술이 우리나라의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 능력은 2028년 460만 톤으로 6년 동안 32.2%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한국은 인센티브가 미비하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생분해 플라스틱의 생산 기술은 신성장·원천 기술로 지정돼 있지만, 정작 해당 플라스틱의 최종 처리 과정인 퇴비화 기술은 대상에서 누락된 탓에 세제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기업 기준 R&D 세액공제는 신성장·원천 기술에 최대 30%까지 적용되지만, 일반 기술에는 2%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퇴비화 기술 개발과 관련 시설 투자 등은 물론 퇴비화 인프라 설립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생분해 플라스틱 퇴비화 기술을 신성장·원천 기술에 포함해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퇴비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환경표지 인증 기준을 세분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 또한 요구된다. 지속 가능한 친환경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해상풍력 투자 확대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중 해상풍력은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해상풍력 발전에 유리한 지리적 여건을 갖췄지만 초기 투자 비용과 기술 개발 활성화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핵심 기술 확보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가령 해상풍력발전 핵심 기술인 해저케이블 기술은 조세특례제한법상 범위가 좁게 설정된 탓에 세액공제 혜택이 제한적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려면 핵심 기술에 대해 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가령 해저케이블은 신성장·원천 기술 범위를 확대할 경우 해상풍력 산업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규제 완화 등 제도 인프라 조성

고령화 사회 진입과 만성 질환 증가로 인해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며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고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분야다. 국내 기업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의료 데이터 활용의 어려움 등 규제로 인해 산업 발전이 더딘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OECD 38개국 중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데이터 소유권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립하고 비대면 진료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앞서 의료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 보건의료 데이터 개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생명공학과 IT 기술의 융·복합 인재 확보를 위해 관련 R&D 기술 개발에 선도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K-컬처

K-컬처의 육성 전략

음악, 방송, 영화, 게임, 식품, 뷰티, 패션 등의 K-컬처가 세계를 물들이고 있다. 한국의 콘텐츠와 문화를 포괄하는 K-컬처 산업은 반도체 등 첨단 하드웨어 산업 못지않게 국가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소프트 인프라 산업이다. 2023년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83억 9,0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미래 먹거리로의 가치가 충분하다.
글로벌 OTT가 자체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며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K-컬처는 글로벌 경쟁력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타 국가전략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 수준이 부족하다. 정부의 문화 산업 예산 비중은 국가 총예산의 1% 수준에 그치는 데다 산업화를 체계적이며 전략적으로 추진할 거버넌스가 부재해 규제적 접근에 그치는 것도 아쉬운 측면이다.
국가전략 산업 수준의 세제와 금융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K-컬처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우리 문화를 전략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이 시급하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의 세액공제율을 상향하고, 영화 산업 홀드백3 제도화를 통해 영화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한편 게임 산업의 블록체인 규제 완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 토니상 주요 부문에서 6관왕을 차지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사진(위, NHN링크 제공)과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 스틸컷(아래, CJ엔터테인먼트 제공)

10대 신산업 육성으로 다시 한번 비상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신산업 육성은 단순히 정부의 역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경제계와 기업은 끊임없는 혁신과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정부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규제 개선,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거울이자 신정부의 든든한 정책 파트너로서 10대 신산업 육성을 통해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비상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