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시대,
한국에서 시작되다

올해 3월 KT는 자사 AI 마스터 브랜드 ‘K 인텔리전스’(K intelligence)를 출시하며 한국적 AI 생태계 조성에 앞장섰습니다. ‘한국적 AI’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한마디로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AI를 의미합니다. KT는 한국적 AI의 미션을 “국가, 기업, 개인 등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고객의 AX를 리딩할 수 있어야 한다”로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프라·데이터·모델·에이전트 등 전 영역에 걸친 4대 철학을 수립했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Data Sovereignty(고객 데이터 주권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하고) ▲Cultural Relevance(진정으로 한국을 이해하는 AI여야 하며) ▲Full AI Model Line-up(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선택할 권리를 존중해야 하고) ▲Reliable&Responsible(안전하고 설명 가능하며 규제를 준수하는 AI) 등의 내용입니다.
현재 이 철학이 반영된 AI 상품들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방법론 측면에서도 KT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추구합니다. KT 자체 기술을 활용함은 물론이고, 글로벌 톱 플레이어(Global Top player)들을 경쟁이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정의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적 AI는 국가의 전략적 AI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며, 국민이 일상에서 AI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한국적 AI 모델이 연내 출시 예정인데,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해당 모델은 GPT-4o에 기반해 한국 사회에 최적화된 LLM(초거대 언어모델)입니다. 한국적 정체성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한국적 AI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현재까지 검증한 바에 따르면 한국어의 이해, 생성, 지시 이행 능력과 한국의 사회·문화, 전문 지식 처리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입니다. GPT-4o에서 우려되는 기존 능력 저하(Catastrophic forgetting)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고요. 본 모델은 국내 클라우드 리전에 기반한 K Infra에서 안전하게 운영되며 기업별 맞춤형 튜닝이 가능한 환경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한국적 AI 특화를 동시에 실현해 한국적 초거대 모델을 확보했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며, KT는 앞으로 공공과 민간 전반에서 최고 수준의 AI 서비스를 빠르게 확산할 계획입니다.

KT는 자체 AI 개발 분위기가 주를 이루던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2023년 자체 개발 LLM ‘믿:음’을 선보였던 행보를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선택으로 느껴졌는데요. 빅테크와의 협업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ICT 기업 전환’이라는 명확한 비전 때문입니다. KT는 독자 모델 ‘믿:음’을 통해 자체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오고 있는데요. 이번 협력과 동시에 글로벌 톱 플레이어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극복하고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새로운 고객 가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이 파트너십은 한국적 AI 모델 개발, 보안 중심 퍼블릭 클라우드(SPC, Secure Public Cloud), AI 기반 디지털 전환 플랫폼 구축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믿:음은 sLM(소형 언어모델)으로서 다양한 산업군에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대대적인 개선을 거쳐 출시 예정이고, 글로벌 기술 격차가 큰 외부 고성능 LLM은 한국적 AI로 확장 개발하는 등 멀티 모델 전략으로 전환해 AI 서비스의 품질과 완성도를 한층 높이고자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주권(Sovereignty)을 보장하는 AI와 클라우드 구축 경험이 풍부해 KT의 SPC와 산업별 AI 전환 전략에서 높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팔란티어와도 2025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팔란티어의 어떤 부분이 KT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십니까?

팔란티어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데이터 분석 역량과 함께 실제 운영 환경에서 실시간 의사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 통합·분석을 기반으로 한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은 미국 정부의 작전 수행에도 활용될 만큼 안정성과 정밀도가 입증된 플랫폼인데요. 이러한 팔란티어의 기술력과 KT의 통신·SPC 인프라를 결합하면 정부 기관과 국내 기업의 AX를 안전하고 강력하게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은 팔란티어와의 협업은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력과 KT의 현장 실행력을 결합해 한국형 AI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 시장 선도자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KT는 사내 2030 세대 중심의 ‘AXcelerator TF’를 조직하며 내부에서 AX 문화를 실험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업무 방식의 전환을 어떤 부분에서 실감하시나요?

2030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AXcelerator TF는 직접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방식으로 업무 혁신을 추진 중입니다. 가장 먼저 전사 문서를 대상으로 AI 학습과 에이전트 검색에 활용되도록 클라우드 기반의 문서 중앙화를 진행했습니다. 이는 AX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사내 인프라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라 조직 문화 측면에서도 결코 쉽지 않았는데요. 결과적으로 메일로 문서를 공유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실시간 협업과 피드백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면서 업무 효율이 자연스레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환경에서 AI 에이전트를 개발 또는 활용해 보니 문서의 분석, 요약, 정리, 추출 등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AI 에이전트 도입이 사내 업무 방식이나 조직 문화에 끼친 또 다른 변화가 궁금합니다.

KT는 사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도구를 교육하고 제공해요.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본인 업무에 대한 AI 에이전트를 손쉽게 구축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통해 AI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 역량을 동시에 높일 수 있고, AI 서비스를 ‘디지털 협업자’로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되죠. 현재 이러한 과정을 거쳐 AI 에이전트와 협업하는 문화가 KT에 새롭게 정착 중인데요. HR, 재무, 법무 등 전사에 실제 활용돼 업무 생산성과 AI 리터러시(AI Literacy)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를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려면 어떤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까요?

AI 에이전트 도입을 업무 자동화로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 실질적 혁신을 이끌어야 하죠. 따라서 데이터 거버넌스, IT 통합, UX, 보안, 성능, 조직 변화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요.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통합, 구현 비용은 주요 장애 요인이므로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간과하기 쉬운 AI 판단 오류, 직원 거부감, 편향 문제에 대해서도 윤리 원칙과 대응 체계를 마련하시기를 권합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과 프로세스를 함께 변화하는 ‘조직 차원의 리디자인’을 실현해야 진정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창업 배경과 서비스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대학 시절부터 현재 창업 멤버들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사명으로 여겨 왔어요. 생성형 AI로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에 2021년 4월 뤼튼테크놀로지스를 설립했습니다. 뤼튼은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컨슈머 AI입니다. 검색을 포함한 다양한 생산성 기능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즐겁게 향유할 AI 캐릭터챗 등의 기능도 다각화하고 있어요.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1명이 뤼튼 AI를 사용합니다. 서비스 시작 1년 10개월 만에 이룬 결과라기엔 놀라운데요. 짧은 시간에 국내를 대표하는 AI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혁신과 성장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생성형 AI가 인터넷, 전기, 심지어는 공기처럼 모두가 당연하고 편리하게 누리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최근에 서비스를 개편하며 목표로 둔 가치 역시 ‘1인 1AI’예요. 이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접근성입니다. 좋은 기술을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뤼튼은 일찍이 서비스 전면 무료화를 시행했습니다. 현재 국내 공공기관, 교육기관, 복지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뤼튼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둘째는 실용성입니다. 제각기 다른 사용자들을 만족시키려면 생산적 측면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에 유용해야 하거든요. 뤼튼은 지난 4월 AI 서포터와 앱테크 등의 기능을 더한 ‘뤼튼 3.0’을 공개해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현재 메타(Meta)의 라마(LLaMA) 오픈소스화, 애니스피어(Anysphere)의 커서(Cursor)를 통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확산 등 다양한 포지셔닝 전략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뤼튼이 지향하는 포지션과 포지셔닝 전략이 궁금합니다.

뤼튼은 모든 기업이 기존 비즈니스를 AI 에이전트로 쉽게 전환하고 혁신하도록 프로젝트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왔습니다. 지난 4월 공개한 AI 개발 프레임워크 ‘에이전티카’(Agentica)는 에이전트 개발에서 가장 큰 벽으로 꼽히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기존에는 외부 시스템과 연동되면 부정확한 도구 선택이나 매개변수 오류로 인해 고급 대규모 언어 모델(LLM)조차 실패율이 높았는데요. 에이전티카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인간이 개입하지 않아도 안정되고 효과적인 AI 에이전트를 구현할 수 있게 됐어요. 뤼튼은 국내 대표 AI 기업으로서 자체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자유롭게 개발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대기업의 AI 전략과 스타트업의 실험 정신이 AI 생태계에 어떤 시너지를 만들까요? 기업 간 협력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GPT-3에 대한 조기 접근 권한을 얻어 생성형 AI 서비스를 처음 만들었을 때가 떠오르네요. 많은 비용, 할루시네이션 현상, 퀄리티 낮은 서비스 등으로 사업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뤼튼은 AI 모델 성능이 고도화되면 해결되리라 믿고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했습니다. 그 후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했습니다. 기술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그간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졌지요. 서비스 전면 무료화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모두가 비용 구조와 매출 전략에 의문을 품었지만, 뤼튼은 언젠가 AI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저렴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팀의 뚝심으로 뤼튼은 현재 월간활성사용자(MAU) 5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스타트업은 매 순간 의심의 계단을 오릅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계단은 오늘의 창업자들이 최초로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계단을 먼저 오른 기업은 기술, 비용, 수익화, 글로벌 경쟁력 등 연속되는 의심 속에서도 끊임없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를 자처했고 끝내 지금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진입 비용이 낮은 초기에 스타트업이 새롭게 시도하면 많은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