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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에이전트 대전과
한국의 도전 과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인공지능 생태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에서 진일보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인간의 개입 없이 목표를 추구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다. AI 에이전트의 글로벌 경쟁 구도와 한국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살펴본다.

김용대 전임 한국인공지능학회 회장 및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2025년 현재, 인공지능은 보호자의 품을 떠나 AI 에이전트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과 대화하는 것을 넘어 다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대화하고 명령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갖춰 가고 있다.”

AI 에이전트 시대 개막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와 고양이 사진을 구별하도록 학습된 때가 불과 2012년인데, 2022년 10월에는 챗GPT가 인간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보호자의 돌봄 아래에서 쑥쑥 자라 어른이 되듯이 인공지능도 인류의 무수한 연구개발을 거쳐 제법 어른답게 성장했다. 연구개발에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늠름하게 커 가는 인공지능을 보며 인류는 흡족해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인공지능은 보호자의 품을 떠나 AI 에이전트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과 대화하는 것을 넘어 다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대화하고 명령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갖춰 가고 있다. 이메일 확인, 식당 예약, 상품 주문 등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작동해 사용자가 원하는 업무가 처리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만약 여행을 가고 싶다면 우리는 스케줄 작성, 비행기표 구매, 호텔 예약, 렌트카 예약 등 사전 준비를 인공지능에 맡기고 온전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나아가 인공지능은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물리적 디바이스와의 연결을 통해 물리적 세계로도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에이전트 전쟁

글로벌 빅테크들은 잇따라 AI 에이전트 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2024년 5월 구글은 개발자 콘퍼런스 I/O 행사에서 공개한 멀티모달 기반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복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능력을 시연했다. 특히 지메일(Gmail)과 지도 API 등 자사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연계함으로써 하나의 디지털 에이전트가 다양한 도구를 넘나들며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선보였다. 2025년 1월 오픈AI는 자사의 첫 자율 웹 에이전트로 챗GPT와 GPT-4를 잇는 ‘오퍼레이터’(Operator)를 공개했다. 오퍼레이터는 사용자 지시를 이해하고 컴퓨터 화면을 인지해 웹 브라우저를 직접 조작함으로써 다양한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버튼 클릭, 폼 입력, 제품 검색 등 사람의 손이 닿아야 했던 업무를 대신 수행하며 ‘행동하는 AI’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5’(Microsoft Build 2025)에서 공개한 ‘코파일럿 런타임’(Copilot Runtime)과 ‘에이전트 스토어’(Agent Store)를 통해 기업과 개발자가 자신만의 에이전트를 직접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다. 이로써 본인에게 필요한 AI 에이전트를 누구나 쉽게 개발하고, 이를 산업 전반에 적용해 생산성을 엄청나게 향상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거대언어모형(LLM) 개발에서 뒤처졌던 기업에 AI 에이전트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개인 및 비즈니스용 AI 에이전트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응하는 한국의 자세

인공지능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자본이 투입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공지능 기술은 현재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발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기술을 잘 추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자체 거대언어모형을 보유해야 하는지를 놓고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리고,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저마다 주장이 다르다. 게다가 인공지능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로드맵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 각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므로 국가적 차원의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사실 경제 규모로든 시장 크기로든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처럼 인공지능에 막대하게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우리만의 차별화된 요소로 국제적 경쟁에 참여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한국형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학계·연구소 등 사회 모든 분야가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먼저 인공지능 산업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은 우수 인재의 해외 유출이다. 국내 대기업 대비 글로벌 빅테크의 연봉이 10배 이상 높은 상황에서 좋은 인공지능 기술자들을 국내에 잔류시키기는 어렵다. 국내 대기업에서도 과감하게 연봉 인상을 제안할 수도 있겠으나 해고가 어렵고 조직이 중요한 대기업 특성상 특정 분야의 연봉만 대폭 인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이 보유한 원천 기술과 벤처기업에서 개발한 요소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AI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이 주저하지 말고 벤처에 투자해야 한다.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인공지능 시장이 먼저 형성돼야 한다.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고 상품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생태계는 지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인공지능 시장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지만, 시장이 스스로 발달하기를 기다리기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인공지능 시장의 구매자가 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대해 직접 투자하는 대신 구매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필요한 기술과 제품을 기업 스스로 개발하게끔 하면 효율적으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정부와 기업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며 인공지능 기술은 소수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닌 문자와 언어처럼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지식으로 바뀌고 있다. 거대언어모형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여행 계획을 세워주는 AI 에이전트는 충분히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인공지능 이해력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대학에서 인공지능 교육을 전 전공 분야로 확대하며, 일반 시민을 위해 민·관·학이 공동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지식 전수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 양성에 대한 투자 또한 늘려야 한다. 전문가가 없으면 기술 발전뿐 아니라 리터러시 교육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가 발전하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AI 에이전트가 산업 전반에 확산되며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자회사와 해외지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기술자 6,000여 명을 해고했다. 이는 2023년 약 1만 명을 감원한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 재편으로, 감원 대상에는 25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고급 프로그래머도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이유는 단 하나, 인력이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은 해고를 최대한 지양하고, 정부는 이러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대폭 지급하는 한편 해고 노동자에게 재교육 기회를 제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일자리 측면에서는 양날의 검과 같다. AI가 업무 전반에 도입돼 기업이 저성과자와 불필요한 관리 인력을 줄이면 기존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를 적용하기 위한 전략, 개발, 마케팅 등에 신규 수요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변화하는 노동 시장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시급히 요청된다.

우리만의 AI 에이전트를 꿈꾸며

엄마 뱃속에서 자란 인공지능이라는 태아가 AI 에이전트라는 형태로 세상에 태어나고 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의 뇌에 해당하는 거대언어모형은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자궁을 외국에서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 듯한 씁쓸하고 불쾌한 느낌이 든다.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쓰인 거대언어모형을 보고 싶다는 상상이 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