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혁신 DNA와 AI 리더십으로
새로운 20년을 향하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혁신 DNA와 AI 리더십으로
새로운 20년을 향하다
허태수 GS그룹 회장

AI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일찍이 AI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AI 전환(AX)과 디지털 전환(DX)을 주도해 왔다. 2005년 창립 이후 정유, 에너지, 건설과 같은 전통 산업에서 강세를 보였던 GS그룹은 허 회장의 혁신 DNA에 힘입어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으로 AI 활용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특히 허 회장은 올해 3월 한경협에서 출범한 ‘AI 혁신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으며 민간과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GS그룹의 혁신에 앞장서 온 허태수 회장에게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GS그룹의 가치와 비전, AX·DX 등을 물었다.
글 김혜원
사진 제공 GS그룹
Q.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 관세 전쟁 등 변화된 국제 통상과 경제 환경으로 모든 비즈니스인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지내십니까?
A.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변화로 인해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변화의 본질과 핵심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저는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해 현황을 점검하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는 한편 미국과 일본 등지를 찾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곤 합니다.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우리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로운 20년의 청사진을 그려 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현재에 충실한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며 균형 잡힌 경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GS그룹 창립 20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지난 3월 진행된 창립 기념 행사에서 변화와 도전의 창업 정신을 강조하셨는데요. 20주년이 회장님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A. 지난 20년 동안 GS그룹은 한국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2005년 재계 12위로 출발해 2007년 8위에 진입했고 현재까지 10대 그룹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죠. 코어 비즈니스 중심의 전략적 성장으로 이룩한 값진 결실입니다. 임직원들의 열정적인 노력, 협력사와의 견고한 파트너십, 고객 여러분의 변함없는 신뢰 등 20년간 GS와 함께한 모든 분이 힘을 합쳐 성취한 것이기에 더욱 감사하고 뜻깊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변화와 도전’이라는 창업 정신을 되새겼습니다. 우리는 농업 중심의 전통적 경제 구조에서 첨단 산업으로의 대전환에 성공했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에서 세계적인 수출 기업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습니다. 이제 GS그룹은 디지털 혁신과 친환경 가치 창출을 양대 축으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변화를 기회로 삼고 용기 있게 도전하며 GS의 미래를 만들겠습니다.
Q. GS그룹은 유통과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꾀해 왔습니다. GS그룹을 한데 묶고 성장을 지탱한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A. GS가 추구하는 제1 가치는 고객 만족입니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GS의 모든 사업에서 근간이 되는 철학입니다. GS는 에너지, 유통, 건설, 화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한발 앞선 솔루션을 제시해 왔습니다. 고객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고객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인 덕분이죠. 최근에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에너지·발전 부문의 탄소중립 기술 개발과 유통·건설 부문의 친환경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데요. 더불어 올해 4월 개관한 GS문화재단을 통해 고객들의 문화적 니즈 충족에도 힘쓰는 중입니다.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GS는 최첨단 기술 개발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바이오 공정 기술 개발, 업계 선도적인 육상 풍력 발전 사업, 전기차 충전, VPP1, CCUS2 등 미래 신사업 분야 진출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약속입니다. 이처럼 GS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혁신의 여정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 1.VPP(Virtual Power Plant): 가상 발전소
- 2.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Capture), 활용(Utilization), 저장(Storage) 등의 기술
“최근 GS그룹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변화와 도전’이라는 창업 정신을 되새겼습니다.
변화를 기회로 삼고 용기 있게 도전하며 GS의 미래를 만들겠습니다.”
Q. GS그룹은 대기업군 벤처 투자에 활발하게 참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러한 ‘투자 본능’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신기술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협업이 미래 사업 기회를 확보하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발맞추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미래 사업에는 실질적인 경험과 프로토타입이 필요한데, 투자를 통한 협력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GS는 그룹 계열사는 물론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사모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위험과 기회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GS 계열사들은 본업(Core)과 인접(Adjacent) 분야에 투자해 핵심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그룹 차원에서는 투자 전문회사를 통해 계열사와 직접적 연관은 적지만 성장 잠재력이 큰 비욘드(Beyond) 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선두에 있는 기업이 GS벤처스와 GS퓨처스입니다. 이들은 국내외 신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신사업화에 매진하며 산업 바이오(Bio), 기후 관련 기술(Climate Tech),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 AI를 포함한 디지털 분야 등에 다각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산업 바이오, 순환 경제, 전기차 충전 등 기존 투자 분야에서 본격적인 사업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를 가속하고자 산업·금융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의하는 중입니다.
Q. 전 산업군에서 AI가 변화의 주축이 된 요즘, GS그룹은 자체 개발한 노코드(No-code) 기반 생성형 AI 기반 플랫폼을 준비하며 그룹 단위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A. GS는 최근 맞춤형 생성형 AI 플랫폼 ‘미소’(MISO)를 출시했습니다. 사내외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우리 회사만의 AI 챗봇이자 직원들이 개발자의 도움 없이도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실제로 GS홈쇼핑의 한 직원은 MISO를 활용해 방송 분석 리포트를 자동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현장을 살펴보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에 AI를 적용한 사례가 많아요. 앞으로 우리 직원들은 MISO를 플레이그라운드로 활용해 업무 혁신을 이룰 것입니다.
GS의 디지털 전환은 구성원의 자기 주도적 변화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외부 컨설팅 업체의 개입 없이 현장 노하우를 가진 직원들이 AI를 접목해 업무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있거든요. AI가 현장에서 잘 활용되려면 현장 직원들의 니즈에서 출발해 그들이 사용하기 편한 방식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적인 톱다운(top-down) 형식으로 진행하면 안 되는 것이죠. 현업에서 필요한 곳에 AI를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겉보기에 그럴듯한 시늉이 아니라 진짜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하려고 합니다. 시도에는 자연히 실패가 따르는 법이니까요. 다만 실패를 경험하고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해 다시 시도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을 추구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유연한 시도를 하도록 일선 직원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을 내리는 리더급 인재를 대상으로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AI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GS의 오픈 이노베이션 커뮤니티 ‘52g’(5pen 2nnovation GS)를 비롯한 많은 구성원이 우리 그룹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AI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면 변화를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GS는 업무 효율성 향상에서 나아가서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를 사업화해 확장하려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Q. 민간 최초 AI 혁신위원회의 수장을 맡으시면서 회장님께서 재계의 교두보 역할을 하실 것으로 기대됩니다. AI 혁신에 경제계가 어떻게 기여하고 국가는 어떻게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현재 우리나라는 AI 반도체나 LLM, 데이터센터와 같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보다 뒤처졌습니다. 지속적인 투자도 중요하지만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AI 활용 수요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AI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고 우리나라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죠. 특히 기존 사업에 AI를 접목한 혁신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각 기업은 자사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국내 AI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합니다. 미·중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획기적인 도약이 필요해요.
과거에는 AI가 인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규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3월 AI 혁신위원회 출범 회의에서 기업들은 AI 관련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AI 생태계 발전을 위해 여러 의견을 나눴는데요. 앞으로 AI 혁신위원회는 산업 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고자 합니다. 저 역시 위원장으로서 대한민국 AI 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과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Q. AI 혁신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한경협 내외부에서 추천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위원장직을 고사했지만 제가 기여할 부분이 있으리라 판단해서 숙고한 끝에 수락했습니다. GS그룹은 AI를 단순 기술 변화가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장기적 성장 기반으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구이자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동력으로 삼은 셈이죠. 이 과정에서 우리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혁신 프로세스를 도입해 사용자, 즉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해결할 기회를 찾았습니다. AI 시대를 선도하는 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혁신을 이룬 경험이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대한민국 AI 업계 전체를 활성화해야 하는 AI 혁신위원회 위원장직에 적합하다고 많은 분께서 동의하신 듯합니다. 한국 AI 발전에 중요한 시기에 역할을 맡아 어깨가 무겁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지난 2022년, GS그룹은 ‘Grow Sustainably, GS’라는 슬로건을 소개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청사진을 공유했습니다. 앞으로 GS그룹은 어떻게 성장할까요?
A. GS그룹은 지금까지 에너지, 유통, 건설 등 핵심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주축이자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러한 기반 덕분에 세계 경제의 불안정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가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GS는 혁신의 바람을 타고 미래를 향해 과감히 나아가려 합니다.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새로운 분야들을 개척해 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겠습니다. 현재 GS는 산업 바이오, 기후 기술, 순환 경제, 디지털 혁신이라는 네 가지 핵심 분야에 집중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업화 속도가 빠른 분야는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시간이 더 필요한 분야는 벤처 투자를 지속하며 기회를 탐색하고자 합니다.
혁신의 여정에서 디지털 기술과 AI가 우리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AI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을 직접 만들지는 않더라도 수십 년간 쌓은 경험과 데이터를 AI라는 혁신적 도구와 접목해 전례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입니다. 단순히 남들의 뒤를 따르는 대신 새로운 미래를 이끄는 진정한 혁신가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GS가 그리는 미래입니다.
Q. 신성장 동력을 찾아 벤처 투자에 진심이신 회장님께 2025년 한경협 주요 사업인 기업가정신에 대해 여쭤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업가정신의 요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기업가정신의 핵심은 사회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고객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 정신,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특히 디지털 전환, 기후 변화 대응, 지속 가능한 성장과 같은 새로운 과제들이 꾸준하게 등장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Q. 회장님의 개인적인 삶에 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데요. 최근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취미 생활을 즐기시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A. 균형 잡힌 삶과 재충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책과 신문을 읽고 좋은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면서 재충전을 하곤 합니다. 특히 비즈니스와 인문학 콘텐츠를 즐기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문화예술로 관심을 확장했습니다. 올해 4월 GS타워 옆에 GS아트센터가 문을 열었는데, 양질의 공연과 연주회가 지속 기획돼 있어 주변에도 적극 권유하고 있습니다.

Q. GS그룹 회장이자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으로서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계십니다. 불확실성과 불경기가 지속되는 상황인데, 어떻게 헤쳐 나가면 좋을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A.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 국민은 위기와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강인한 정신으로 놀라운 회복력을 보였습니다. IMF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했듯이 말이죠.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위기 상황을 혁신과 도약의 기회로 전환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더 큰 폭으로 성장해 왔어요. 안정되고 편안한 상황에 안주하면 혁신 동력이 약해지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요즘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지금과 같은 격변기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하고 미래를 향해 도약할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